【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 3월 경북지역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상경해 특별법 제정과 청문회 실시를 촉구했다. 이들은 누구 하나 구호와 배상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도록 피해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북 산불 피해지역 주민 1000여명이 참여하는 주민 집회를 열었다. 경북 안동시,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에서 모인 주민들은 ▲산불재난특별법 제정 ▲산불재난 청문회 실시 ▲피해주민 생존권 보장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 정항우 상임위원장은 이날 주민 집회에서 “그날의 불길은 단지 집만 태우지 않았다. 창고, 농막, 축사, 비닐하우스 등 우리의 모든 삶의 터전이 불타버렸다”라며 “삶의 무너졌고 계획도 미래도 사라졌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이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서려면 산불재난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상임위원장은 “우리는 국민으로서 국가에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라며 “국가는 그 요구에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외침이 그 책임을 일깨우는 목소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송산불비상대책위 박주현 위원장은 이번 산불에 대해 “사회적 재난이자 자연 재난인 ‘복합 재난’”이라고 규정하며 “그동안 정부는 현실성 없는 법을 우리에게 적용해 주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운 날씨에 농사일도 바쁜 우리가 왜 이곳에 와야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영양산불비상대책위원회 김남수 위원장은 “지금 임시주택에서 한달 살면 복구가 되는가. 아니면 두 달만 살면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그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에게도 호소한다. 지금은 우리가 여기에 있지만 다음에는 누가 또 이 자리에 앉아 이렇게 외칠지 모른다”고도 덧붙였다.
국회 앞 주민집회에 참석한 한 지역주민은 “암송아지 1마리가 800~900만원 한다. 그런데 암송아지 고기를 팔면 2000만원도 나온다고 한다”라며 “우리는 가축이 아니다. 사람으로 인정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주민집회 참석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산불진화에 대한 지휘책임이 작동하지 않았다. 산불청문회를 실시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끄던 사람들이 의전하느라 바빴다. 군수, 도지사, 산림청장, 소방청장,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한국전력, 산림청, 소방방제청에도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국회에 “주민들의 일상회복이 최우선 과제여야 함에도 정쟁에 갇혀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며 산불재난특별법 제정을 거듭 촉구했다. 또한, “지역 재건사업 진행 시 피해 주민들과 직접 면담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구호와 배상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집회에는 여야 의원들도 참석해 주민들에게 연대의 뜻을 전했다.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 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대선을 치르느라 의원들이 모이기 어려워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특별법 제정을 진행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임 의원은 “사각지대 없이 제대로 보상받고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잘 준비하겠다”라며 “현재 다수의 의원들이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빠른 시간 내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회 산불특위는 오는 3일 제1차 법안심시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그동안 발의된 법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산불재난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만희 의원은 “피해지역 원상 복구를 위해 빠짐없는 지원이 이뤄져야 되고 새롭게 인구소멸 지역을 되살릴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담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산불 진화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정비와 함께 주민들의 일상이 복구 수준을 넘어 새로운 지역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경상북도 산불대책 특별위원회가 있어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법안에 담아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을 신속하게 국회 산불특위에서 통과시켜 바로 현장에서 집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한편, 같은날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기후재난연구소와 산불정책기술연구소가 주관한 산불재난 제도개선방안 국회토론회도 열렸다.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대표는 “반복되는 산불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와 국회 차원의 산불원인 조사기구 발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산불 상황도에 기록된 산불진화 인력은 1344명이나 되는데 정작 불타는 숲엔 불을 끄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헬기를 구경할 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기본조차 없는 산불진화체계가 대형 산불을 만들고 있다”면서 “산불 전문가를 양성하고 소방청이 산불을 통합 지휘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3월 발생한 산불로 인한 경북·경남·울산지역 산림피해면적은 10만4000㏊에 달한다. 이 산불로 31명이 사망했고 187명이 부상을 입는 등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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