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7위 제약바이오강국 도약'이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 전략적 R&D 투자체계 구축 △약가 관리제도 통합 △신기술 융합 생태계 조성 등 산업 전반에 걸친 정책 전환을 예고한 것.
제약바이오 산업은 인구 고령화, 감염병 위기 대응, 기술 수출 확대 등과 맞물려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으며, 정부 차원의 전략적 접근도 강화되고 있다.
앞선 윤석열 정부에서도 대통령 직속의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설치해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을 모색한 바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동향을 살펴보면, 최근 몇년간 급격한 성장을 바탕으로 'K-제약바이오'의 저력을 보여줬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 한미약품의 '롤론티스' 등 국산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도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는 여전히 내수 중심, 복제약 위주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R&D 투자 비중과 혁신 신약 개발 역량은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러한 변화의 파고 속에서 제약바이오업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고 있다.
<뉴스락>뉴스락>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제약바이오산업에 닥쳐올 변화의 방향성과 그 속에 담긴 기대와 우려를 조명해 봤다.
K 제약바이오, 산업 체질 개선으로 글로벌 도약 정조준
이재명 대통령 공약의 핵심은 '국가적 투자 확대'와 '보상 체계 마련'이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전략적 R&D 투자 시스템 구축 △R&D 투자비율 연동형 약가 보상체계 △국산 원료 의약품 인센티브 확대 등이 있다.
특히 'R&D 투자비율 연동형 약가 보상체계'는 두 정책의 지향점을 동시에 관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R&D 투자비율 연동형 약가 보상체계는 기업이 신약 개발에 투입한 연구개발(R&D) 비율을 기준으로 약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수요 기반 약가 산정에서 기술 기반 산정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현행 약가제도는 약을 더 많은 질병에 쓸 수 있게 되거나 사용 환자가 늘어나면, 약값을 자동으로 낮추는 구조다.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국민 보건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지만, 실제로는 매출이 늘어날수록 기업의 수익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모순을 낳고 있다.
새 보상체계는 투자와 기술력을 반영해 약가를 책정함으로써 신약 개발 동기를 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간 고가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등 개발 리스크가 큰 분야는 수익성 회수가 불확실해 보수적 투자가 많았다.
보상 기준이 명확해지면 수익 예측이 가능해져, 기업들은 보다 과감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글로벌 임상이나 기술 수출 전략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국내 대형 제약사들도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R&D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한미약품, 종근당 등도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머크, 존슨앤드존슨, 로슈 등은 연간 20조~25조 원대 R&D 예산을 집행 중이다.
따라서 이번 보상체계가 정착되면 국내 산업계의 체질 개선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R&D 투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극화·재정 리스크·제도 실효성... 제약바이오 공약, 넘어야 할 산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에 내세웠던 제약바이오 산업 진흥 공약에는 제약 산업 구조의 전반적인 현실을 담지 못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산업 내 양극화, △제도의 오남용, △약가 인상 부담, △인센티브 실효성 등의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연동형 약가 보상체계나 AI·빅데이터 기반 연구 인프라는 대규모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영역으로, 대형 제약사엔 유리하지만 중소기업이나 바이오 스타트업에겐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산업 내 지원 격차가 확대되고, 결과적으로 대기업 중심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D 비용이 약가 산정의 주요 기준이 될 경우 제도 악용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일부 기업이 회계 기준을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형식적인 투자 항목을 늘려 연구개발 비용을 부풀리고, 약가 인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혁신보다는 제도 활용 자체에 초점을 맞춘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책 본래의 취지가 흐려질 우려가 있다.
약가 인상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소비자 반발도 간과할 수 없다.
고가 치료제를 중심으로 보상이 집중되면 재정 지출이 증가하고,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환자의 접근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약에 담긴 각종 인센티브 제도도 실효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세제 혜택이나 약가 보상이 실제로 적용되는 기업은 제한적일 수 있으며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면 현장의 수용성도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안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공약이 실제로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제시된 공약은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제 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연결되기엔 부족하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충분한 예산 확보와 함께 명확한 보상 기준·적용 절차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락 미니인터뷰]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대학 학장
이재명 정부의 제약바이오 공약,
구체적 로드맵과
실현 가능성 검증이 관건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대학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공약에 대해 "기술 중심의 산업 성장과 공공성 강화라는 두 축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라 평가했다.
문 교수는 이번 정책의 큰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 정책 실현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다. 적절한 예산 투입과 제도 정비, 전문 인력 확보 등 실행 기반이 실제로 마련되어야 하며, 추상적인 비전만으로는 산업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산업계와 국민의 체감도다. 기업이 혁신에 투자할 유인을 제공하는 동시에 국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균형 잡힌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지속 가능성이다.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산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정책의 방향성 자체는 옳다고 본다"며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와 동시에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효성 있는 실행 전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뉴스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