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은행주는 흔들림 없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대출 총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다주택자 주담대를 금지하는 등 고강도 조치를 발표했지만, 시장은 자산 성장 제약보다 자본 효율성 개선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 따라 시중은행은 비대면 대출 창구를 일시 차단하고 전산 시스템 개편에 들어갔으며, 대출 한도를 둘러싼 고객 문의와 영업점 방문이 급증했다. 다만 대출 자산 성장 둔화는 하반기 순이익 감소의 잠재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러나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규제 발표 직후인 30일 기준 KB금융은 전일 대비 300원 오른 11만900원, 신한금융은 900원, 하나금융은 2100원 상승했다. 우리금융만 소폭 하락했다. ‘시장이 대출 총량 규제를 단순한 실적 악재가 아닌 자본비율 개선 및 주주환원 여력 확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은행권은 이미 가계대출 축소를 기업대출로 보완하는 전략을 가동 중이다. 2022~2023년 주택가격 급등기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기업대출 중심으로 총대출 성장률 35%를 유지한 바 있으며, 당시 수익 방어가 가능했던 전례가 작용하고 있다. 위험가중자산(RWA)이 줄어들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올라가고, 이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의 재원이 된다. 자산 성장이 억제돼도 초과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다면 오히려 주가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낮은 자산 성장이 오히려 주주가치에는 유리할 수 있다”며 “금융지주 주가는 이익 증가보다 적정 자본비율을 초과하는 자본의 환원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분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현재는 RWA 증가율을 통제하고 자본비율을 관리하는 국면이므로 고성장을 추구할 상황이 아니며, 총량 규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규제는 은행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보다, 오히려 과잉 확장을 제어하고 주주환원 여지를 넓히는 방식으로 시장에 수용되고 있다. 밸류업을 추구하는 은행주에게 ‘규제는 곧 방어 전략’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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