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장애는 적절한 치료 개입이 이뤄지기 전까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섭식장애는 △영양 상태에 문제가 있거나 △내과적인 합병증이 심하거나 △심각한 정신 장애가 동반됐다면 입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이러한 섭식장애 치료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온라인과 앱, 게임 등 디지털 환경을 이용한 섭식장애 치료 시도가 늘고 있다. 아직까진 기존 치료보다 효과가 크진 않지만 섭식장애 환자가 적절한 병원을 찾고 적절한 치료 개입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대안으로 보인다.
|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최근 섭식장애 치료 ·예방에 활용되는 연구단계의 디지털 치료방식 특성 파악을 진행했다. 주제범위 문헌고찰 방식으로 58편의 기존 연구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중재에 활용한 이론으로는 인지행동치료(CBT)를 주로 사용했다. 인지행동치료는 인간의 인지(사고)가 감정과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에 기반을 둔 심리치료 방법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의료진이 주로 시행하는 섭식장애 치료 방법인데 최근 들어 기업들은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으로 치료기기를 개발해 활용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웹(72%), 앱(12%), 게임/VR(6%) 등의 기기가 사용됐으며 사용 횟수와 제공 시간 등은 연구에 따라 다양했다. 기능 또한 절반 정도의 디지털 기기가 피드백과 리마인드 기능을 제공해 치료 방식이 표준화되진 않았다.
연구진이 디지털 치료를 기존 치료 방식과 비교한 결과를 고찰해보니 디지털 치료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주요결과지표로 BMI(체질량지수)가 설정됐는데, 디지털 치료와 기존치료를 함께 제공한 환자와 기존치료만 제공한 환자 간 BMI 차이가 없었다. 신경성 폭식증에서 디지털 치료와 기존치료를 비교한 결과 △절제 △폭식 △보상행동 변화 또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디지털 치료를 받은 환자는 치료대기군(아직 기존 치료 등을 받지 못한 환자)에 비해 증세가 나아졌다. 특히 푸시 알림이나 이메일 발송 등으로 피드백이나 리마인드 기능을 제공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치료 효과가 컸다. 폭식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리마인더를 제공했을 때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절제 수준은 4.67배 높았고 폭식 횟수는 5.82회 감소했다.
이번 연구 분석 대상이었던 문헌들은 대부분 초기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장기적인 추적 연구도 부족하다. 아직 보편적인 기술이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폭식장애, 폭식증 치료를 위해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독일의 디지털 치료기기 ‘Selfapy’가 유일하다.
그럼에도 만성화와 중증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조기 치료 개입 등의 장점이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보건의료연구원은 “섭식장애 환자가 적절한 병원을 찾고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지기까지 대기 시간 등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환자들에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원은 “섭식장애 환자에게 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조기개입을 통해 만성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