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 원칙을 바탕으로 한 통합미디어법(가칭) 논의가 새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회에서 발의됐던 ‘방송법 전면 개정안’인 일명 ‘통합미디어법’은 방송과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서비스를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에게 통합미디어법 규율범위 명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개선방안을 제안했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방통위는 지난 26일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새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미디어 플랫폼 자율 심의기능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국정위는 방통위에게 통합미디어법 규율범위 명확화 등 방통위가 제시한 세부과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통위는 지난 20일 이뤄진 업무보고에서 지적 받은 내용을 개선해 세부과제를 수립한 것이다. 첫 업무보고는 공약 이행 계획 부실 등의 이유로 중단된 바 있다.
통합미디어법은 TV와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와 OTT를 모두 포괄하는 법안이다. 20년 넘도록 개정되지 않은 방송법을 개편하고, OTT를 규제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통합미디어법의 핵심 원칙은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다. 말 그대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의미인데, OTT 규제는 강화되고 지상파 등 기존 방송의 규제는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신·구 미디어 법제 마련’을 언급하면서 통합미디어법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업무계획을 통해 방송법, IPTV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분산된 신·구 미디어법을 정비해 통합미디어법 입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국정위가 통합미디어법 규율범위 명확화 등을 방통위에 지시한 것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이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제1당이기 때문에 당정협의만 원만하게 이뤄진다면 법안 통과는 어렵지 않다.
OTT 업계는 이전부터 통합미디어법으로 인해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해 왔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 역할을 하는 IPTV나 케이블TV와 함께 묶여 규제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 유료 방송 사업자는 7년 단위로 정부의 재허가 혹은 재승인 심사를 받는 반면, OTT 서비스는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OTT 업계 관계자는 “유료 방송의 경우 시장 진입을 위해 정부의 허가 혹은 등록이 필요하지만, 그 대가로 권역 등 일종의 독점권을 가질 수 있다”며 “누구나 시장에 진입이 가능한 OTT를 다른 미디어와 같이 규제하려면 독점권만큼의 혜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합미디어법안이 통과될 경우 새로 들어서는 규제가 해외 OTT 기업보다는 국내 OTT 업체에 더 크게 적용할 것이라는 ‘역차별’ 우려도 나온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의 경우 지난 2023년 국내에서 823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법인세 지출액은 매출의 0.4%인 3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국내·외 사업자 간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국정위에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미디어법 규율범위 명확화 등을 국정위가 지시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안을 방통위가 마련해 국정위에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현재 방송·OTT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 규제 체계로 정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를 원칙으로 네트워크에 관계없이 방송과 통신을 네트워크 계층과 콘텐츠 계층으로 구분하고, 동일 계층 내 서비스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 철학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통합미디어법이 시행될 경우 미디어 산업 구조 변화 및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국내 OTT 업계는 규제 강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지상파 등은 규제 완화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공영방송의 공익성 확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현행법들은 인터넷 미디어, OTT를 중심으로 하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플랫폼 및 콘텐츠 시장의 다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특히 기존의 지상파 방송이나 유료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와 오티티 서비스와의 비대칭적 규제 문제는 더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미디어 등 신·구 미디어 전반을 아우르는 진흥과 규제 체계를 마련하되, 이 과정에서 신 유형 매체와 레거시 미디어 간 비대칭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미디어 산업 발전에 역행했던 ‘규제를 위한 규제’ 방식의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전면 전환하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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