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주요 7개국(G7)이 미국 빅테크 기업에 글로벌 최저법인세율(필라2) 적용을 사실상 면제하기로 합의하면서 한국의 디지털 과세권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캐나다가 미국 빅테크를 대상으로 부과하려 했던 디지털세 도입을 철회한 것도 정부의 과세 전략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정부는 디지털 서비스세 시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디지털 서비스세를 폐지하겠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빅테크를 표적으로 삼은 디지털 서비스세에 대응해 캐나다에 관세를 통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법안을 폐지한 것이다.
이는 전날 G7이 미국에 글로벌 최저법인세율을 면제하기로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본사나 외국 지사를 법인세가 낮은 조세회피처로 옮기는 다국적 기업을 겨냥해 2021년 디지털세(필라1)와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 두 기둥을 주축으로 한 국제 조세 협의를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은 글로벌 최저세를 부과하는 국가의 투자자에 대해 미국 금융소득에 추가 세금을 물리는 보복 조항(889조)을 감세법안에 포함시켜 필라2에 대한 예외를 끌어냈다. 캐나다도 온라인 광고, 사용자 데이터 활용, 디지털 플랫폼 매출에 3% 세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피하기 위해 결국 한발 물러섰다.
이번 G7의 글로벌 최저세 예외 결정과 캐나다의 디지털세 철회는 한국 등 시장국(소비국)의 과세권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G7에 이어 한국 등 필라2에 동참하기로 한 다른 국가에도 예외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OECD가 필러1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각국이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디지털세에 대해서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가 단체 또는 개별적으로 미국 빅테크의 조세 회피에 대응해왔지만, 결국 미 정부의 반발에 밀려 구체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여서 글로벌 규범과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 필라1·2가 다자 협의 기반인 점은 한국에 유리했지만 그 틀이 흔들리면서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필라2가 무너지면 각국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차원의 기업 과세 논의가 지연되는 것이 오히려 손해 볼 일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성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캐나다가 디지털세를 철회한 이유와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라며 "캐나다는 미국과 지리적으로 붙어있고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다. 다른 나라들이 디지털세를 도입하면 한국도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그간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실효 세부담을 회피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아 디지털세의 입법을 마쳤다. 그러나 미국의 강한 외교적 압박과 글로벌 공조 체계 내 이해 충돌로 과세를 하지는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OECD에서 미국 기업을 빼주기로 합의를 하더라도 국내에서 이를 적용하려면 따로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미국만 빼고 일단 진행될 수 있지만 미국이 빠지는 것의 영향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빅테크에 대한 과세 문제는 정부의 숙원이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율은 최고 24% 수준이다. 그러나 애플코리아의 경우 매출을 아일랜드에 있는 자회사로 이전해 법인세율 12.5%를 적용받고 있는 구조다. 구글코리아와 메타코리아도 각각 아일랜드 본사를 통해 국내 광고 매출을 이전 처리하고 있어 실질적인 법인세 납부액은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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