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신희재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전통적으로 여름 성적이 좋지 않아 '봄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2017년 이후 매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주된 이유였다.
올해는 다르다. 롯데는 6월 30일까지 80경기에서 43승 34패 3무, 승률 0.558을 찍으며 KBO리그 3위로 올라섰다. 선두 한화 이글스(45승 32패 1무)를 2경기 차로 쫓으며 8년 만에 가을야구를 바라보고 있다.
의외의 결과다. 롯데는 시즌 초중반 윤동희, 나승엽, 황성빈, 손호영 등 주축 야수들이 부상으로 번갈아 가며 이탈했다. 에이스 반즈가 8경기 만에 부진과 장기 부상으로 팀을 떠나고, 5월 초까지 8연승을 달리던 선발투수 박세웅도 흔들렸다. 그럼에도 6월 22경기에서 12승 10패로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했다.
‘우승 청부사’ 김태형(58) 롯데 감독의 지도로 버티는 힘이 생겼다. 김태형 감독은 2015년부터 8시즌 동안 두산 베어스를 지도했는데, 이 시기 ‘화수분 야구’를 앞세워 사상 첫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2023년 10월 롯데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갔고, 2년 차를 맞아 조금씩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 부상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2군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부여했다. 그 과정에서 고졸 신인 포수 박재엽, ‘불꽃야구’ 출신 내야수 박찬형, 군필 신예 내야수 한태양 등이 6월 들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중견수 포지션은 러시아의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에 비유될 정도로 대체자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지난해 롯데 외야의 핵심이었던 윤동희와 황성빈이 나란히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8년 차 장두성과 4년 차 김동혁이 데뷔 후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하면서 공백을 메웠다.
마운드는 김상진 투수코치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상진 코치는 현역 시절 포수였던 김태형 감독과 배터리를 이뤘고, 2020년부터 두산 2군과 재활군을 오가며 지도자 생활을 함께하면서 투수 육성 전문가로 꼽혔다. 지난 시즌 직후 롯데에 합류한 뒤에도 2군 육성에 주력하면서 이민석, 홍민기, 윤성빈 등 시속 155km 이상을 던지는 파이어볼러의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7위에 머물렀지만, 이대호 은퇴 이후 고민이었던 타선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점은 호평을 받았다. 올 시즌엔 상동(롯데 2군 훈련장) 거인들의 활약에 트레이드로 합류한 유격수 전민재, 불펜 정철원이 주축으로 올라서면서 점점 더 탄탄한 선수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김태형호는 이번 주 2위 LG 트윈스와 주중 홈 3연전, 4위 KIA 타이거즈와 주말 원정 3연전을 치른다. 결과에 따라 전반기 상위권 판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화수분 야구로 현재 순위를 유지하면, 부상자가 복귀하는 후반기엔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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