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실현된 ‘한화은행’…시장성과 리스크 사이 3세 경영 ‘시험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해외서 실현된 ‘한화은행’…시장성과 리스크 사이 3세 경영 ‘시험대’

투데이신문 2025-07-01 11:08:04 신고

3줄요약
[사진=한화생명]
[사진=한화생명]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 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하며 국내 보험사 최초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했다. 국내에서는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복합금융 시도가 제한되는 가운데, 규제가 완화된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 복합금융 모델을 현실화한 것이다.

이번 인수는 단순 투자 대신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금융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3세 경영 체제 시험대라는 평가와 함께 잠재적 리스크 우려도 따른다.

이번 사례는 국내 금융 규제가 계속 유지될 경우 혁신과 성장의 기회가 해외로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금산분리 제도의 본래 취지 훼손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인도네시아 ‘노부은행(Nobu Bank)’ 지분 40%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보험회사가 해외에서 은행의 지배주주로 나선 것은 국내 최초다.

노부은행은 총자산 약 3조원 규모로, 2024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279억 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미 인도네시아에 생명보험·손해보험·증권·자산운용 계열사를 운영 중인 한화금융은 이번 인수로 종합금융 플랫폼을 완성하게 됐다.

금산분리 규제로 막힌 ‘은행’ 경영권…해외서 3세 경영 시험대로

금산분리 제도는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지배하거나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은행업에 가장 엄격하게 적용되며,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 4%를 초과 보유하더라도 의결권 행사가 사실상 차단돼 있다.

한화생명이 이번에 인도네시아에서 은행 경영권을 확보한 사례는 국내 규제 하에서는 불가능한 구조를 해외에서 실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인도네시아 현지법과 규제에 따라 진행된 만큼 국내 규제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아울러 단순 투자나 제휴에 그쳐 온 기존 보험사의 해외 제휴와 달리, 경영권 확보를 통해 사업 전략 수립과 리스크 분담까지 감수하는 도전이다.

금융당국에서는 해외 금융사가 현지 법률과 규제 하에 운영되며 국내 시장에 직접적 영향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지배구조와 연결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한화생명은 0.03%의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금융사 인수를 통한 외형 확장이 그룹 내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경우,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서 우회적 지배력 강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금융기관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 확보는 금산분리 본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며 “지배구조 활용 가능성 또한 짚고 넘어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김동원 대표가 책임자로 나선 첫 글로벌 전략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시장 확대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젊은 인구와 디지털 금융 확장성으로 주목받는 인도네시아 시장은 기회의 땅이지만, 경영권 확보에 따른 리스크도 적지 않다.

현지 규제 변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금융사 전체에 미칠 수 있는 재무적·평판 리스크는 모두 부담 요인이다. 특히 실패할 경우 3세 경영 체제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실험은 중대한 시험대로 평가된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 요구 목소리…“산업 현실·제도 간 ‘괴리’”

한편 국내 금산분리 제도에 대한 완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특히 산업자본과 금융의 경계가 엄격한 현행 금산분리 규제가 기업의 해외 진출과 융합 금융 모델 확대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크다.

실제 세계 주요국의 규제 동향을 보면, 한국은 비교적 엄격한 금산분리 국가에 속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07개국 중 70개국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에 명시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OECD 30개국 중 21개국도 관련 규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은행 지배 규제가 없고, 일본·스페인 등은 감독당국의 사전 허가 조건으로 제한을 완화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일부 산업대출은행(ILC) 모델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4~10%로 제한하며, 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상호 지분 보유와 자회사 지배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경직된 해석이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산업과 금융의 장벽을 유연하게 해석해야 할 시점”이라며“국내 기업의 글로벌 확장을 돕는 방향으로 금산분리의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학과 교수도 “산업 현장과 괴리를 보이며 경직된 금산분리 규제가 국내 금융산업 글로벌 경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도 금융사의 해외 자회사 투자와 설립 규제 완화를 예고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금산분리 제도의 본질적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