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없이 패권 없다”···韓 반도체 전략 전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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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없이 패권 없다”···韓 반도체 전략 전환 해법은

이뉴스투데이 2025-07-01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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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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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한국 반도체 산업이 생산 중심 전략에서 설계 경쟁력 확보 쪽으로 정책 초점이 분산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최근 양자난수생성기(QRNG)와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설계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면서 메모리와 공정 중심에 집중됐던 산업 전략 초점이 ‘설계’ 영역까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국가전략기술 확인제도’를 통해 이와이엘의 QRNG 기술과 보스반도체 AI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각각 양자 및 첨단모빌리티 분야 전략기술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산학연이 개발한 기술이 정부 전략기술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하는 절차다. 지정되면 병역지정업체 가점, 정책금융, 기술특례 상장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적용된다.

QRNG는 양자 불확정성을 활용해 예측 불가능한 난수를 생성하는 기술로 암호화 보안 시드로 활용되며 칩 설계 단계에서 보안을 내재화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보스반도체 설계 기술은 자율주행 환경에 최적화된 저전력 고성능 연산 구조로 평가받고 있으며 AI 칩 분야의 국내 설계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2024년까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기술은 대부분 메모리 소자, EUV 공정, 식각·증착 장비 등 생산·제조 인프라에 집중돼 있었다. 설계 기술은 전략기술에서 상대적으로 배제, 정책 지원도 미비한 편이었다. 이번 설계 기술의 전략기술 포함은 반도체 산업 내 ‘설계 경쟁력’에 대한 인식이 정책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산업 전반의 설계 역량 강화를 위한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수는 약 160~200개 수준이며 이 중 연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영세하거나 적자 상황이며 고부가 설계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계 인력 수급 역시 제약 요인이다. 반도체 고급 인력 설계·IP 분야는 유입이 제한적인 데다 해외 기업으로의 유출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오는 2031년까지 반도체 인력이 약 5만5000명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점차 ‘설계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설계 전문 기업이 시가총액 상위권에 올라 있으며 반도체 지원법(CHIPS)을 통해 설계 툴 개발, 연구개발(R&D), 인력 양성에도 보조금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은 Arm과 RISC-V 기반 개방형 아키텍처를 활용한 독자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유럽 프로세서 이니셔티브(EPI) 등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저전력 칩 설계 및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능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하이실리콘, 언이캐드 등 자국 팹리스를 중심으로 설계 역량을 키우며 국가 펀드와 국유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고, 일본 역시 Rapidus·LSTC를 통해 2nm 이하 공정과 설계·패키징 연계를 추진하며 수직통합형 설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대형 파운드리에 위탁하는 방식의 생산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설계 생태계는 △국산 IP 확보율 △산학연 공동 인프라 △설계 인력 경로 체계화 △국가 R&D에서의 설계 비중 확대 등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 내부에서도 ‘설계’를 단순한 초기 개발 과정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칩과 QRNG 기술은 자율주행, 보안, 엣지 연산 등 고도화된 응용 산업과 직결되는 핵심 기술”이라며 “설계 경쟁력이 없으면 고객 대응은 물론 기술 트렌드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가전략기술 지정이 설계 생태계 전환의 촉매제가 되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 중심이 아닌 장기적 산업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설계는 단지 기술의 시작점이 아니라, 제품 방향성과 수익 구조를 좌우하는 전략적 기능”이라며 “정부의 전략기술 지정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설계 생태계 전반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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