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반갑습니다. 이준희입니다.”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하장사 출신인 이준희(68) 대한씨름협회장의 첫 인사였다. 이준희 회장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씨름 부흥을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제44대 대한씨름협회 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인 62.50%(224명 중 140명)로 당선된 이준희 회장은 어느덧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이준희 회장은 앞서 ▲유소년 씨름 저변확대 ▲생활체육 경기 규정 개정 ▲대학 씨름 연계 협력 ▲민속 씨름 분리 운영 ▲공식 애플리케이션 개발 ▲씨름 전용 체육관 건립 추진 ▲씨름 인구 저변확대 등 산적한 과제를 언급하며 “인생 마지막을 씨름을 위해 발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천하장사 3회, 백두장사 7회에 빛나는 그는 지도자와 씨름협회 경기운영본부장을 지내는 등 선수와 행정가로서 모두 성공했던 씨름계 전설적인 인물이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업무와 관련해선 빈틈이 없으시다. 꼼꼼하시고 철두철미하시다”라며 “경기장 현장 시설과 관련해서도 잘못된 부분은 바로 알아채실 정도다. 그 정도로 세심하시다”라고 귀띔했다.
씨름계의 큰 과제 중 하나는 역시 과거의 인기를 되찾는 것이다. 과거 씨름은 그야말로 국민적 인기 스포츠였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프로스포츠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1980년대에는 이만기라는 불세출의 스타를 필두로 이준희, 이봉걸 등이 모래판을 장악하며 씨름을 당대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등극시켰다. 1990년대에도 강호동, 백승일, 고(故) 황대웅, 김경수, 이태현, 김영현 등 내로라하는 모래판 스타들이 즐비했다. 당시 설과 추석만 되면 중장년 남성들을 비롯해 한데 모인 가족의 시선은 지상파 장사씨름대회 중계에 꽂혀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스타성이 남달랐던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의 활약을 끝으로 씨름의 인기도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협회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스타들이 부재하다. 씨름 저변은 크게 확대됐지만, 스타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디어의 노출이 덜 해진 부분도 관련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씨름 관중의 주된 연령대는 과거처럼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20대 여성층 관중도 분명 증가해 왔다는 게 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씨름이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했지만, 선수들의 계약금 자체는 10억원대에 이르는 경우도 있을 만큼 규모가 작지만은 않다. 협회는 민속씨름 저변확대 사업의 일환인 ‘찾아가는 전통씨름’을 매년 진행 중이다. 협회는 저변을 넓혀가면서 인기 부활의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물론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이준희 회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그가 4년 임기 동안 씨름계에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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