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가상의 악마가 있다
이 악마는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과거, 현재의 모든 현상과, 미래까지 알 수 있다
이 라플라스의 악마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세상의 모든 일은 기초적인 물질의 움직임이 조합되어 빚어지는 것이므로
그것에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1980년대 미국 대학 교수였던 벤자민 리벳은
피실험자들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게 하는 실험을 했다.
피실험자들에게 자유의지로 손가락을 까딱하게 하고 뇌의 반응을 관찰한 것인데
이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자신의 자유의지를 인지하기 0.2~0.3초 전에
뇌에서 이미 손가락을 까딱거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인간의 자유의지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존-딜런 헤인스 박사 연구팀은
이 실험을 재현해서 사람의 의지가 선택을 내리기 최대 10초 전에 뇌에서 이미 결정을 준비하고 있음을 발견하여
다시금 자유의지에 대한 의문을 부여했다

한 죄인이 있다.
이 죄인은 살인이라는 끔찍한 죄를 저질렀다.
그 이유는 생활고로, 가난한 집에서 함께 사는 노모와 딸아이를 살리기 위해 부잣집 사람을 죽이고 돈을 훔치는 죄를 저질렀다.
그렇다면 이 죄인이 아니라 평범한 싱붕이1이 모든 기억을 잃고 이 죄인으로 태어났을 때,
그 싱붕이는 이 죄인의 삶을 그대로 살아가면서
정신, 감정, 신체조건 등 모든 조건이 동일해질 것이고, 같은 죄를 저지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싱붕이는 죄인인걸까? 살인을 저질렀던 기존의 죄인에게는 잘못이 있는 걸까?

끔찍한 죄인이 있다.
이 죄인은 아무런 이유 없이 순수한 쾌락을 위해 타인을 마구 해쳤으며
그것에 대해 어떠한 죄책감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지나다니던 싱붕2가 모든 기억을 잃은 채 이 죄인으로 태어나 출생부터 살인까지의 삶을 그대로 산다고 할 때
이 싱붕2는 평범한 사람에서 악인으로 타락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죄인의 삶을 따라가다보니
그 죄인이 겪었던 어린 시절 학대당한 경험, 잘못된 교육, 불건전한 환경 등을 접하면서 강제적으로 환경에 의해 죄인이 된 걸까?
기존의 죄인은 본인의 의지로 악해진 것일까? 아니면 태어나고 자라난 환경에 의해 악인이 돼버린 걸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말라 라는 말이 있다.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것이 존재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면
싱붕1과 싱붕2가 모든 기억을 잃고 각 죄인의 몸에 들어가 그들의 삶을 그대로 체험하여
살인을 저지르기 직전의 죄인이 된다고 하여도, 그들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과학에 영혼의 존재는 증명된 적이 없다.
죄인을 보고 인간쓰레기라고 욕하던 너, 나, 우리가
그 죄인의 몸으로 태어나 그 죄인의 삶을 모두 겪으면서
최종적으로 죄를 저지르기 전의 죄인으로 형성'되었을' 때
우리가 그 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까?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죄인은
인간이 악한 것이 아닌
라플라스의 악마가 예견했을 원자의 위치와 움직임에 의해
결과적으로 그 환경에 의해 죄인의 모습으로 형성되어서 악인으로 형성돼버린 것 아닐까?
피해자들에게 이러한 논리를 들먹이면
바로 멱살을 싸잡히고 면상에 주먹을 맞아도 할 말이 없다.
이 논리는 결국 너는 운명에 의해 당한 것이며, 죄인에게 죄는 없다고,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존재하기를 바란다.
죄인은 명명백백한 죄인이고
억울한 피해자들에게는 원망할 대상이 있기를
나 자신은 절대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을 선인이라는 보장이 있기를
우리가 원자의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악마가 예견한대로 움직이는 고체 꼭두각시가 아니라
우리의 의지로 선택을 하며 악마의 예견에 다름을 부여할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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