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로봇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 신사업으로 로봇 산업을 지목, 육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두 기업은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로봇 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로봇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발맞춰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로봇 사업’ 과감한 투자와 조직개편
삼성전자는 로봇을 단기적인 상업화보다는 장기적인 기술 플랫폼 확보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즉, 로봇 산업의 기술적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인수·지분투자를 통해 로봇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차세대 로봇 AI 스타트업인 스킬드 AI(Skilled AI)에 1000만 달러(약 136억 원)를 투자하며 범용 로봇 인공지능 시장 진출에 나섰다. 스킬드 AI는 다양한 로봇 하드웨어와 산업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로봇용 AI 파운데이션 모델 ‘스킬드 브레인’을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도 이 회사에 250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국내 로봇 사업 기반도 확실히 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했으며, 현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로 향후 콜옵션을 통해 지분율을 59.94%까지 높일 수 있는 구조를 형성했다. 두 회사는 시너지협의체를 운영하며 미래로봇 기술 개발과 사업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양팔로봇, 자율이동로봇 등을 제조·물류 현장의 업무 자동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로봇 개발을 위한 내부 조직을 크게 확대했다.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로봇 개발 인력을 대폭 충원하는 등 로봇 사업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해 기존의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산하 로봇사업팀을 해체하고 연구개발 인력을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으로 배치해 내실을 다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생태계와 로봇을 연계하여 개인용 로봇 시장을 선점하고 산업용 로봇을 통해 생산성 향상까지 도모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갤럭시 웨어러블 제품과 로봇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는 등 통합된 스마트 생태계의 일부로 로봇을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
◆LG전자, 상업용·가정용 로봇 이원화 전략 추진
LG전자도 로봇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AI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약 800억원)를 투자해 단일주주 기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로봇 산업을 키우기 위한 포석이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설립된 AI 기반 자율주행 실내배송로봇 기업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기존의 ‘클로이 로봇’ 중심 상업용 로봇 사업을 베어로보틱스와 통합하고 가정용·산업용 로봇 사업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HS사업본부가 총괄하는 가정용 로봇 분야는 가족 구성원의 상태를 정교하게 인식해 가전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총체적 경험 제공에 집중한다. 산업용 로봇은 스마트팩토리 사업의 주축으로 AI와 디지털 전환을 접목해 다양한 작업의 자동화를 지원한다.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를 통해 상업용 로봇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로봇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방침이다.
로봇 개발을 위한 내부 인력 충원 및 센터 신설에도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로봇사업센터를 신설하고 2020년에는 로봇 관련 사내 조직을 BS사업본부 로봇사업담당으로 확대 재편했다. 2022년에는 해외영업 조직을, 2023년에는 BS사업본부 산하 사내 독립기업(CIC) 조직을 신설해 로봇 사업의 볼륨을 빠르게 확대했다.
다양한 상업 공간에서 로봇 사업 포트폴리오도 선보인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 안내로봇 서비스를 시작으로 배송, 방역 등 다양한 상업 공간에서 로봇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로봇 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 이동과 투자 확대, 전문 인력 충원 등 로봇 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왜 ‘로봇 사업’에 진출하는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로봇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2021년 282억 달러 규모였던 시장이 2030년에는 831억 달러로 약 3배 가까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휴머노이드 로봇과 서비스 로봇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세계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3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로봇이 전기차와 스마트폰에 이어 일상생활에서 지배적으로 사용될 기술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로봇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테슬라, 구글, 아마존, 오픈AI, 엔비디아 등도 로봇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로봇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단순한 신사업 확장이 아닌 미래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삼성전자는 로봇 시장이 본사가 주력으로 삼는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시장보다 더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봇이 대중화되면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도 크게 늘어나 반도체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G전자 역시 AI와 로봇이 결합된 다양한 서비스가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보고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엔진으로 육성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로봇 산업이 AI와 빅데이터, IoT가 융합된 미래 핵심 기술임을 인식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로봇 시장의 성장세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두 기업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글로벌 로봇시장 선점을 위해 자금과 인력 등 각 부문별 투자가 올해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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