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대전 이응노미술관이 지역 원로 작가 신중덕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하는 특별기획전 ‘신중덕, 추상, 생명’을 오는 8월 24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40여 년에 걸쳐 대전을 기반으로 추상회화에 몰두해온 신중덕 작가의 예술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다.
신중덕의 예술 여정은 ‘생명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중심에 두고, 물질·공간·시간이라는 세 가지 차원을 넘나드는 철학적 사유와 미학적 실험의 기록으로 평가된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작가는 물질과 공간, 시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추상미술이라는 중심축 아래 생명체의 근원적 힘과 리듬, 변화의 본질을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는 신중덕의 작업을 ‘자기회귀’·‘생명률’·‘만화경’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각 시기별 작품의 특징과 변화, 그리고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1980년대 작업을 대표하는 ‘자기회귀’ 시리즈는 모든 생명이 결국 물질로 되돌아간다는 사유를 담고 있다. 물감을 흩뿌리거나 캔버스를 절단·부착하는 격렬한 행위를 통해 생명과 물질의 긴밀한 연결을 시각화한다. 대표작 ‘자기회귀’(1989)는 천 9조각을 절단·부착한 실험적 입체작업으로, 공간과 물질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영광송’(1992) 역시 다층적인 질감과 형태로 생명력의 근원을 탐색한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신중덕의 작업은 밝고 투명한 색채와 섬세한 붓질로 특징 지어진다. ‘생명률’ 시리즈는 꽃, 나무, 인간 신체 등 자연의 유기적 형상을 모티프로, 반복적 칠과 다층적 색면을 통해 자연의 생명 현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이는 바이오모픽 아트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체적 추상의 미학을 보여준다. 대표작 ‘생명률’(2007)과 2009년 작품은 자연의 리듬과 생명에 대한 작가의 치열한 사유를 담아낸다.
2010년대 이후의 ‘만화경’ 시리즈는 만화경의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관찰자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생명의 본질에 주목한다. 이 시기의 작품은 사람 신체나 나무 등 자연적 요소를 순간적이고 변화무쌍한 이미지로 묘사하며,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찰나의 생명을 포착한다. ‘만화경’(2014, 2017)은 유려한 선과 패턴이 어우러져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전한다.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고암 이응노 선생의 실험 정신과 예술적 유산을 오늘날 새롭게 계승하는 자리”라며 “지역에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신중덕 작가의 내면적 궤적을 통해 현대 추상미술의 깊이와 지역 예술의 진정성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이응노미술관 2~4전시실에서 진행되며, 신중덕의 대표작 40여 점이 공개된다. 관람객은 전시 기간 동안 미술관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시 해설과 영상 콘텐츠를 접하며 작가의 작품 세계와 창작 배경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신중덕, 추상, 생명’은 단순 전시를 넘어 생명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시각 언어로 풀어낸 신중덕의 사유를 따라가며,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새로운 가능성과 지역 예술의 독창성을 다시금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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