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규제 아닌 기회로 만들어야[최종수의 기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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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규제 아닌 기회로 만들어야[최종수의 기후이야기]

이데일리 2025-06-30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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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 새롭게 출범한 국민주권정부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국가 정책의 중요한 방향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새 정부는 ESG 도입 관련 법령 제정, 공공부문 ESG 평가 강화 등을 공약에 포함하고 ESG를 규제가 아닌 경쟁력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는 국제 흐름과 자본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의지로 환영할 만하다. 다만 정책이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실행 전략이 요구된다.

우선 ESG 정책이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기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평가 기준만 강조한다면 제도는 형식적이고 부담스러운 규제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많은 기업이 ESG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관되지 않은 평가 체계와 부족한 실행 인프라, 행정적 부담으로 인해 실질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무 현장의 애로사항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현장과 괴리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자율성과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국내 ESG 제도는 아직 제도적 기반과 실행 체계 모두에서 미비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평가기관마다 기준이 달라 혼선을 초래하고 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일률적 지표와 형식 위주의 공시 관행은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ESG를 ‘경쟁력’보다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인력과 예산의 제약으로 공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부 전문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 또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SG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은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자율적 실천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건설업에서는 탄소숲 조성, 저탄소 시공 방식, 탄소흡수형 조경기술 등을 ESG 지표에 포함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가이드북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ESG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ESG 실적을 공공입찰이나 공급망 관리에서 가점 요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으며 이러한 실천은 ESG의 자율적 정착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현장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ESG는 규제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확산하기 어렵다. 실천 주체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인정하고 이들이 제기하는 현실적인 애로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평가 기준 마련, 중소기업을 위한 재정적·제도적 지원, 실효성 있는 공시 체계 구축 등을 선행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은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강조된다.

EU는 2023년 발효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통해 산업별 맞춤형 공시 기준을 마련하고 중소기업에는 유예 기간을 부여해 이행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일본은 ‘ESG 정보공시 가이드라인’을 통해 민간 대상 교육·컨설팅을 병행하며 현장 중심의 ESG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4년부터 상장기업에 기후위험 공시를 의무화했으나 트럼프 정부의 재집권 이후 정치적 논란과 소송으로 시행이 중단된 상태다. 이는 ESG 정책이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안정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할 경우 정권 변화에 따라 쉽게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ESG 경영은 환경·사회적 책임 이행을 넘어 기업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적 수단이다.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간의 역할 분담과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고 기업은 ESG를 경영 전반에 내재화해야 한다. ESG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이자 국가 지속가능성의 핵심 동력이다. 정부가 ESG를 국가 전략으로 제시했다면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정밀한 정책 설계를 통해 실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ESG는 규제가 아닌 기회로 작동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실질적으로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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