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한 학기가 지나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2분기를 맞이했다. 처음 3D펜 수업을 시작할 때는 낯선 도구와 환경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로 익숙해지고, 점차 안정된 흐름과 리듬이 만들어졌다. 그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보여준 태도와 변화는 단순한 기술 습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진지한 태도였다. 어떤 아이는 구조적인 표현에 관심을 보였고, 또 다른 아이는 색의 배합이나 세부 묘사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과제를 다루더라도 아이들마다 접근 방식이 다르고, 집중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을 관찰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성향과 관심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수업의 목표는 ‘정해진 완성’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속도대로 탐색하고 표현해보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높은 몰입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만들기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을 지나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은 아이들이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참여할 때 오히려 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즘은 완성도보다는 참여 자체에 가치를 두고, 다양한 시도를 격려하고 있다. 실패해도 괜찮고, 예상한 결과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훨씬 자유롭게 손을 움직인다. 수업이 쌓일수록, 아이들의 표현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내가 기대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결과물이 완성될 때, 나는 아이들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한 발짝 물러나 지켜보는 역할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교실이라는 공간은 늘 정해진 시간 안에서 움직이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의 창작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피어난다. 재료를 새롭게 활용하거나 주제를 다르게 해석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전해준 작은 설명 하나가 아이들 손에서 얼마나 다양한 결과로 변할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이 작업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결과물을 유심히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 그 속에서 작은 자부심과 애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분기의 시작은 익숙해진 흐름 위에 새로운 가능성을 얹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배우는 중인 나에게도,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을 배워가는 아이들에게도, 이 수업은 단지 만들기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들여다보고 확장하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한 조각씩 쌓여가는 수업의 기록이 아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기억이자 창의적인 경험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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