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폭 반등했지만…기업 경기전망 16분기째 '부진'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반도체 등 수출 회복세와 새정부 경제정책 기대감에 국내 제조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소폭 반등했지만, 미국의 관세압박, 중동불안, 내수부진의 삼중고에 16분기째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186개사를 대상으로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 BSI는 81로 전분기(79)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BSI는 지수가 100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체감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이하면 그 반대다. 3분기까지 BIS는 지난 2021년 4분기(91) 이후 16분기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

관세 부담과 수출 실적에 따라 업종별 체감경기 전망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관세 적용대상인 철강, 자동차 업종은 지수가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철강(67) 업종은 대미수출 감소와 함께 우회수출로 중국·일본산 철강재의 국내유입이 늘어나면서 지수가 70 이하 수준에 머물렀다. 자동차(76) 업종 또한 관세 부담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반면 관세 예외품목에 해당하는 반도체(109), 제약(109) 업종은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으며, 특히 반도체는 전분기보다 22포인트 상승하며 1년 만에 기준치를 상회했다. 인공지능(AI)산업 확산에 따른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 확대 등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체감경기 전망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유·석화 업종(72)은 산업의 구조적 침체상황에서 유가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기전망이 크게 악화됐다. 비금속광물 업종(51) 또한 장기간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수출(87)과 내수(79) 모두 부진한 가운데, 건설경기 침체, 소비 위축 등으로 내수기업 전망이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89)에 비해 중견기업(77)과 중소기업(81)의 전망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집계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조기업들 중 절반은 상반기 매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대한상의가 제조기업들의 상반기 매출실적을 점검한 결과, 54.1%가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응답했다. 매출이 목표대비 10% 이상 미달이라고 예상한 기업은 16.4%이고, 10% 이내 소폭 미달에 응답한 기업은 37.7%에 달했다. 반면 ‘목표치 달성’에 응답한 기업은 33.3%였다.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사업실적에 영향을 미친 주요 리스크로 대내요인 중에서는 ‘내수 부진’(64.7%)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대외 요인으로는‘원자재가 상승’(30.9%)이 가장 많았고, 이어‘해외수요 부진’(23.8%), ‘환율 변동’(19.3%), ‘관세조치’(18.0%) 순이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새정부 경제정책 기대감이 내수심리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하반기 경기회복 모멘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통상 불확실성 완화, 규제·애로 개선과 함께 고효율 신제품 및 노후설비 교체 지원, 투자 촉진 인센티브 등 과감한 내수활성화 대책을 병행하여 민생경제와 기업심리 회복을 적극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