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고기’를 만드나③] 고유 유전자원인 한우, 어떻게 개량해 더 맛있어 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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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기’를 만드나③] 고유 유전자원인 한우, 어떻게 개량해 더 맛있어 졌나

투데이신문 2025-06-29 09:2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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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25 한우 쿠킹쇼’에서 숯불과 볏짚으로 구운 한우 요리 시연에 현장에 모인 참석자들이 집중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25 한우 쿠킹쇼’에서 숯불과 볏짚으로 구운 한우 요리 시연에 현장에 모인 참석자들이 집중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언제나 고기는 진리’라고 할 정도로 우리 식생활에서 축산물은 크게 자리하고 있다. 삼겹살과 치킨은 대중적인 외식 메뉴로 굳건한 자리를 점하고 있으며 치즈, 요구르트 등은 MZ세대에게도 인기가 높다. 

으레 소비가 늘어나면 해당 분야의 산업이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국내 축산업의 생산 기반은 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늘어난 소비의 상당 부분을 수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우리나라 최초의 FTA인 한-칠레 FTA 체결 이후 20년이 흘렀다. 20여 년이 흐른 오늘날, 축산업은 축종을 불문하고 본격적인 무관세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이전까지도 파괴적이었던 FTA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더욱 거세질 것이란 의미다.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과거 시대를 주름잡던 유행어 중 하나다. 하지만 축산관계자 중 누구도 이 유행어에 시원하게 웃지 못했다. 축산업에서는 실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웃을 수 없는 질문 앞에 이제는 정부,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응답이 절실하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2025 한우 쿠킹쇼’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미슐랭 1스타 셰프 손종원이 초청돼 ‘진심을 담은 음식’을 주제로 한우 요리 시연을 선보였다. 손 셰프는 한우 타르타르, 한우 불고기 잡채, 한우 육회 비빔밥, 된장 양념 한우구이 등의 메뉴로 한우 고유의 감칠맛과 식감 차별성을 부각했다.

이 쿠킹쇼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준비했다. 말레이시아는 무슬림 국가 중 최초의 한우 수출국이다. 여승배 주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사는 “지난 2023년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한 한우가 말레이시아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기여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우는 국내에서만 프리미엄 식재료로 인정받는 게 아니다. USA투데이는 ‘Why Korean Hanwoo beef might be the best meat on earth_2021’(왜 한우가 지구 최고의 고기일 수 있는가)’라는 기사에서 ‘한우는 높은 마블링과 깊은 육향, 약간의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프리미엄 고기로 평가된다’고 소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Is Hanwoo the next Wagyu steak?_2023’(한우가 차세대 와규 스테이크가 될까?)이라는 기사로 한우를 일본의 와규와 비교하기도 했다. 화우(和牛)라고도 불리는 와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수출을 시작해 고급육우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한우와 와규는 각각 다른 품종으로서 차별성이 있다. 어떤 품종이 더 우위에 있냐고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품종 개량의 역사는 와규가 더 오래됐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시절, 일본의 재래종 소와 외래종 소를 교잡해 고기소로 개량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시절 황우를 제외한 다양한 한우 유전자원이 정책적으로 크게 축소됐고 해방 이후에는 한국전쟁으로 다시 또 타격을 받았다. 이에 국내에서는 1960년에야 한우개량협의회가 발족했고 1970년대 들어 한우개량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까다로운 씨수소 선발, 1년에 단 30두만 뽑아

현재 한우개량은 일부 민간에서도 진행되고 있지만 대체로 공적 영역에서 큰 줄기를 담당하고 있다. 씨수소 개량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개량 계획을 수립해 예산을 지원하고 국립축산과학원이 개량사업을 총괄한다. 그리고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가 ▲우량씨수소 산벌 및 냉동 정액생산 ▲능력검정 및 개량농가 관리 ▲가축개량 연구 및 신기술 보급 ▲양축농가 사양관리 기술지도 및 교육을 맡는다.

한국종축개량협회(이하 종개협) 한우개량부는 한우에 대한 등록 업무와 심사 및 검정 업무를 통해 농가가 보유한 종축의 능력을 평가한다. 번식 한우농가에 개량과 관련한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다. 농협 한우개량사업소는 씨수소 개량에서, 종개협 한우개량부는 농가들이 보유한 암소개량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가 보유한 초지에 번식우들이 모여있다. ⓒ투데이신문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가 보유한 초지에 번식우들이 모여있다. ⓒ투데이신문

충청남도 서산시에 위치한 농협 한우개량사업소는 씨수소 선발과 정액을 생산해 농가에 보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씨수소가 되려면 엄격한 선발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기존 보증씨수소와 한우 육종농가 및 번식농가 등에서 사육하는 등록 암소(약 1만7000마리)간 계획교배를 통해 연간 약 6000마리의 수송아지를 생산한다. 

이들 수송아지는 외모 심사를 거친다. 예를 들어 코에 까만색이 있거나(흑비경) 흰색 털이 있다면(이모색) 탈락이다. 또, 구제역, 브루셀라 등 4대질병 검사에서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 결격 사유가 없는 개체는 유전체 검사를 통해 우수한 개체를 당대검정우로 900마리 가랑을 선별한다. 

이들 당대검정우는 6개월 동안 감정을 받는다. 이때는 개체의 체적(키, 길이, 둘레 등) 시기에 맞춰 3번 측정한다. 부위별로 측정을 한 뒤 마지막 달에는 근내지방도를 유전체 검사로 측정해 후보씨수소를 연간 66두 뽑는다. 

후보씨수소는 이 단계부터 임의교배를 해본다. 임의교배로 생산한 송아지는 직접 사육하면서 전반적인 검정을 한 뒤 도체성적까지 확인한다. 이 과정을 모두 마쳐야 최종적으로 보증씨수소를 선발한다. 보증씨수소는 1년에 단 30두만 선발하는데 여기까지 대략 60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현재 농협 한우개량사업소는 이 과정을 거쳐 선발한 보증씨수소 87두를 보유하고 있다.

보증씨수소는 육량형, 육질형, 권장형, 증체형, 정육형, 보급형 등 특징에 따라 구분된다. 농협 한우개량사업소 조충일 팀장은 “농가마다 사육 목표에 맞게 정액을 공급해야 하기에 구분해서 선발하고 있다. 1년에 2번 보증씨수소의 육종가(종축으로서의 가치, EBV)에 대한 책자를 배포해 농가들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가는 보증씨수소의 정액과 수정란 중 선택해 공급받을 수 있다. 조 팀장은 “보통 정액은 우수한 씨수소를, 수정란은 어미소가 좋은 개체일 때 그 유전을 널리 퍼트리는 방식이다”라며 “번식농가가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어미소만 있다면 수정란이 대안일 수 있다. 다만 수태율은 다소 떨어진다”고 말했다.

보증씨수소는 생애 동안 약 10만스트로(Str.)의 정액을 생산한다. 근친 방지와 개량 효과 증대를 위해 마리당 정액 생산은 이를 넘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 농가에는 1스트로당 3000원에서 1만원 정도의 금액을 받아 공급하고 있다. 농가들 사이에서 보다 우수한 정액을 공급받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 농가들 사이에서는 1스트로당 수십만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농협 한우개량사업소는 정부에서 위탁한 사업이기에 정액 가격을 올리지 않고 인터넷 추첨을 통해 농가들에 공급하고 있다. 조 팀장은 “국가가 씨수소 정액 공급을 통제하고 있기에 유전 자원이 특정한 형질로 고정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만약 보증씨수소에게서 최대한 정액을 뽑아내 공급한다면 근친의 위험이 커지고 장기적으로 능력이 떨어졌을 때 회복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 4월 7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농로 옆에서 한우가 낮잠을 자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4월 7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농로 옆에서 한우가 낮잠을 자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연간 80만두 등록…한우 족보 만들어

종개협 한우개량부는 전국의 한우농가들을 찾아가며 농가들의 개량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 이들의 주요 사업으로는 우선 등록 사업을 들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6월 현재 한우의 총 사육마릿수는 334만9000두로 추정되고 있다. 가임암소는 158만2000두, 1년 이내 태어난 마릿수는 88만6000두로 보고 있다. 종개협은 올해 송아지 81만두에 대해 등록 사업을 실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종개협 한우개량부 고동균 팀장은 “태어난 송아지의 90% 이상은 등록이 되고 있다. 등록 사항은 개체의 생년월일, 종우의 정보, 유전능력 평가 등이다. 유전능력은 도체중, 등심 단면적, 등지방 크기, 근내지방도 등이다”라며 “이를 통해 유전적으로 우수한 능력을 가진 개체들의 혈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종개협은 축산물품질평가원과 MOU를 맺고 후대의 유전능력 평가를 위해 도체중, 등심 단면적, 등지방 크기, 근내지방도 등 실제 출하 성적을 공유받고 있다.

농가에서 필요로 하면 종개협에서 실시하는 보유 중인 암소에 대한 외모 심사 및 선형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종개협 한우개량부 김준호 심사검정팀장은 “심사를 통해 외모의 자질과 골격 발달, 그리고 후대축 생산에 적합한 번식 능력 등을 확인한다”면서 “1년에 약 22만여 마리의 심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개량 의지가 높은 농가는 3~4차까지 꾸준히 심사를 받는 농가도 있다. 현재 한웃값이 많이 떨어졌는데 정말 우량한 소들은 농가에서 손해는 보지 않고 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가 위축됐지만 프리미엄급 고급육은 여전히 수요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단지 심사 성적을 통해서만 소를 판단하는 게 아니다. 개체별로 모성애가 강한 소가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소에 피해를 주는 소도 있다”라며 “그래서 약간 번식 능력이 떨어지는 암소라 하더라도 다른 장점이 많아 오래 보유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결국 도태와 선발이 제일 중요한 개량의 축이다. 종개협은 그동안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농가들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같은 꾸준한 한우개량사업의 결과, 한우의 평균 출하 생체중은 1974년 358㎏에서 2020년 705㎏으로 2배나 향상됐다. 등급판정시 1등급 이상 출현율은 1993년 10.7%에서 2020년 74.1%로 63.4%p나 급등했다. 한우의 육량 및 육질 개량으로 매년 2042억원의 농가 소득증대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8년 10월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위치한 농협 안성팜랜드에서 열린 '2018 전국한우경진대회'에서 그랜드챔피언 영예를 안은 충북 홍창영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18년 10월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위치한 농협 안성팜랜드에서 열린 '2018 전국한우경진대회'에서 그랜드챔피언 영예를 안은 충북 홍창영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현재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가축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에 등록된 국내에서 보준 및 육종한 가축은 22축종 155자원이다. DAD-IS는 세계 각국의 고유 가축유전자원의 보존, 관리 및 활용을 지원하는 국제 시스템으로 동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를 위한 범지구적 정보 공유 체계이다. 

한우는 국내에서 등록된 가축품종 중 가장 보편적인 상업화에 성공한 모델이다. 국내 등록 품종 중 소에 해당하는 품종은 칡소, 백한우, 제주흑우 등 10가지나 되지만 한우 외에는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다. 향후 종자전쟁에 대비해 기존 보유품종의 안정적인 유지 및 신품종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또 한편으로 우리나라 고유품종으로서 한우가 지닌 가치의 중요성도 새삼 부각되고 있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한우법(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27조는 농식품부 장관이 우수한 한우 개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으며 동법 28조는 한우의 품종 중 흑우 등 개체수가 적은 품종은 품종의 다양성 및 산업적 가치 증진을 위해 보호특구 지정 등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한우개량 관계자들은 일단 유전체 육종가 정보 분석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전체 분석 육종가와 실제 도체성적을 비교해 보면 60~70% 수준의 상관 결과를 보이고 있다. 혈통 등록 정보와 유전체 빅데이터를 융합해 정확도를 보다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또한, 한우의 차별화를 위해 근내지방도 외에 맛과 풍미에 영향을 미치는 개량 기준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맛과 풍미와 관련한 지방산 조성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자료가 축적되면 향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영양학적 연구와 함께 한우가 가진 가치에 대한 고찰 역시 동반돼야 할 사안이다. 한우자조금 관계자는 “한우는 단백질과 지방 외에도 자연산 축산물에서만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천연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다. 평균 올레인산 함량을 수입 소고기와 비교해 보면 미국산은 40%, 호주산은 38%인 반면, 한우는 47.3%로 나타났다”라며 “단순한 영양소 함유 여부를 넘어 축산물이 갖는 생물학적 복합성과 균형이 바로 한우의 진정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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