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정부가 수도권과 규제지역에 대한 가계대출 규제를 전방위로 강화하면서 서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오는 7월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과 맞물려 대출 한도는 줄고, 공급량은 반토막 난다. 금융권은 대출 절벽 심화와 실수요자 배제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27일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응해 수도권 및 규제 지역을 겨냥한 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대출 한도와 공급량의 동시 축소다. 전 금융권에 적용되는 가계대출 총량제를 강화하고, ▲정책대출 공급 축소 ▲생애 첫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축소 ▲주택담보대출 만기 단축 ▲전세대출 보증비율 강화 ▲다주택자 주담대 전면 금지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의 조치는 28일부터 즉시 시행됐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은 7월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법 개정이 필요한 항목도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발표 하루 만에 시행된 급박한 정책은 그만큼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7월부터 DSR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정부는 수요 몰림 현상에 따른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즉시 시행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대출 가능 금액을 줄이는 구조가 이중으로 작동한다. LTV 축소를 통해 담보가치 대비 대출 가능액이 줄어들고, 여기에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적용해 차주의 소득수준에 따라 대출 한도가 다시 제한된다. 동시에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는 주택 가격이나 소득과 관계없이 최대 6억원으로 일괄 상한이 설정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LTV, DSR, 총액한도, 일괄 상한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은 기존보다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공급량 제약도 심각하다. 정부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기존 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정책금융상품인 디딤돌·버팀목대출 등도 연간 공급 계획 대비 25% 감축된다. 이미 한도 소진으로 대출이 조기 중단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대출 절벽 현상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출 공급량이 반토막 나면 실수요자가 제때 대출을 받지 못해 계약 포기나 전세 미이행 사태가 잇따를 수 있다”며 “가계부채를 줄이는 효과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규제 강화가 차주의 소득수준이나 생애주기, 주거 상황 등 실수요 조건을 반영하지 않았다. 일괄적이고 획일적인 규제가 오히려 금융 접근성이 취약한 서민·청년·신혼부부 등의 타격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고소득층은 자기자본 여력이 있는 반면, 중저소득 실수요자는 규제 강화로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면서 자금 마련 부담이 가중된다. 수도권 중위 주택 가격이 9억원을 넘는 현실에서 6억원 일괄 상한은 시장과의 괴리도 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규제 방향 자체는 이해되지만, 대출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까지 막혀버리는 것은 정책의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며 “일괄 규제가 아닌 실수요자 중심의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규제는 불가피하더라도, ‘어디에 얼마나 대출이 흘러가고 있는가’에 대한 구조적 분석과 정교한 정책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총량을 줄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대출이 반드시 필요한 곳에 갈 수 있도록 하는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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