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돌이켜보면 이 표현은 물리적인 시간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상을 비유하는 것이다. 즉 지극 정성을 다해 쌓은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노력과 정성을 다해 이룬 일은 헛되지 않고 좋은 결과를 거둔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쌓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너지는 것은 ‘찰나’라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에둘러 이 속담을 차용한 것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슈퍼레이스’가 아니 국내 모터스포츠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한 매체가 “CJ그룹이 슈퍼레이스를 이끌던 김동빈 대표에게 경영악화의 책임을 물어 ‘본부장’으로 대기발령을 내면서 경영 쇄신에 나섰다”며 “이번 인사를 바탕으로 CJ가 슈퍼레이스 경영 정상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는 김동빈 대표는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김 대표가 리드하고 있는 국내 모터스포츠는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모터스포츠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슈퍼 6000클래스에 출전하는 한 팀의 관계자는 “국내 모터스포츠, 특히 슈퍼레이스을 통해 김동빈 대표가 아젠다(의제 등)의 중심에 있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왔다”라며 “그가 토대를 쌓아 놓은 바탕에서 팀과 드라이버, 관련 업계가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를 정착시키고, 산업적인 부분에서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국내 모터스포츠 분야의 특성상 경영을 통해 ‘흑자’를 실현하는 것보다는 ‘사회 공헌’이라는 부분에 더 방점을 둬야 함에도 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기사를 전제로 안타까워 했다.
다시 슈퍼레이스로 돌아가 보자. 슈퍼레이스는 2005년 척박한 국내 모터스포츠 환경에서 ‘오아시스’처럼 등장을 했다. 경남 창원에서 잘 나가던 F3는 2003년으로 막을 내렸고, 투어링카 레이스의 전성기였던 ‘BAT GT 챔피언십’도 2004 시즌을 끝으로 철수했다. 국내 모터스포츠는 ‘빙하기’를 맞이하면서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2005년 서광이 국내 모터스포츠를 비추기 시작했다. 바로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모터스포츠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예고했고, 곧 실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의 결단(?)은 업계가 받아들이기에는 사실 충격에 가까웠다. 바로 CJ그룹 사업분야를 꼼꼼하게 들여다봐도 ‘자동차’와 ‘모터스포츠’라는 연결고리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문화 컨텐츠 기업’으로서의 CJ그룹의 발걸음이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김동빈 대표(당시 직책은 과장)는 CJ그룹의 모터스포츠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퍼즐을 끼워왔다. 당시 국내 모터스포츠는 ‘투어링카 레이스’ 중심이었고, 그럼에도 경주차의 베이스가 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GM대우(현 쉐보레)는 ‘그네들만의 리그’라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시절(물론 현재도 별반 다르지 않다)이었기 때문이다. 자동차회사들을 독려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돌파구를 찾기는 버거웠고, 활성화는 소원했다.
그럼에도 슈퍼레이스는 의욕이 넘쳤다. 자동차 메이커가 아니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스톡카(현 6000 클래스)’를 2008년 6월 21일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전격 투입했고,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지난 17년 동안 대한민국 모터스포츠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을 시켰다.
이처럼 슈퍼레이스가 국내 모터스포츠를 리드한 배경에는 이재현 회장의 결단이 가장 중요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 회장은 모터스포츠가 문화 컨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을 예견했고, 아낌없는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슈퍼레이스는 김동빈 대표(실무 등을 거치며 현재의 직책)와 실무진들의 헌신이 더해지면서 특허를 내기에도 충분한 콘텐츠를 양산시켰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한·중·일 모터스포츠 삼국시대를 열면서 동북아 모터스포츠를 이끈게 대표적이다. 2010년 국내 모터스포츠 역사상 첫 해외 원정 경기를 시작해 2014년에는 획기적으로 중국 상하이인터내셔널 서킷에서 CJ그룹과 중국을 대표하는 중국투어링카챔피언십(CTCC)이 공동으로 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경제파급 효과는 총 2,1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을 정도로 대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나이트 레이스도 시그니처 이벤트로 확실한 보증을 받고 있다, 2008년 태백 스피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나이트 레이스는 우승자에게 ‘밤의 황제’라는 칭호를 부여할 정도로 대한민국 모터스포츠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각인을 시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슈퍼레이스가 독창적으로 확립한 ‘모터테인먼트’를 통해 인제스피디움과 용인 에버랜드 스피디웨이, 인제스피디움을 오가는 ‘썸머 시즌’이라는 완벽한 연결고리를 체결했다.
앞서 살펴본 것만으로도 슈퍼레이스 아니 국내 모터스포츠는 이재현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숨통’을 제대로 키워왔다는 것을 업계 관계자라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김동빈 대표가 이재현 회장의 뜻을 받들었고 실행을 시켰기에 가능했다. 이 과정 하나하나를 거치면서 대한민국 모터스포츠는 지난 20년 동안 그렇게 행복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
모터스포츠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이재현 회장께 부탁을 드리고 싶다. 국내 모터스포츠는 여전히 김동빈 대표가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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