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단지 사춘기가 빨라졌다는 데 있지 않다. 성조숙증의 본질은 ‘성장이 멈추는 시점이 앞당겨지는 것’이다. 사춘기 시작은 최종 키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변수다.
의학적으로 사춘기는 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시작된다. 초기에 성장판을 자극해 키가 빠르게 자라지만, 일정 시점을 지나면 같은 호르몬이 성장판을 닫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사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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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성장도 빠르지만, 멈추는 시점도 빨라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조숙증 치료는 아이의 사춘기를 일정 기간 늦춰 성장이 가능한 시간을 벌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GnRH 유사체를 주사로 투여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하나 빠졌다. 사춘기 진행을 늦췄다고 해서 반드시 아이가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진료실에서는 “치료는 잘 받고 있는데 키가 안 커요”라는 부모의 호소를 자주 듣는다. 성장판은 열려 있어도,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거나 수면·운동·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면 성장 속도는 떨어질 수 있다. 성장 속도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진 채 시간이 흘러가면, 기대했던 만큼의 키를 얻지 못하고 치료를 마무리하게 된다.
따라서 성조숙증 치료 중에는 성장 속도를 반드시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여아 기준으로 연 6㎝ 이상, 남아는 7㎝ 이상 자라야 치료가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수치보다 성장 속도가 낮게 나타난다면, 치료 전략을 보완하거나 생활환경을 재점검해야 한다. 또한 뼈나이(골연령)의 변화도 함께 추적해야 한다. 사춘기를 늦췄더라도 뼈나이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결국 예상키는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의학적 접근을 통해 이러한 치료 공백을 보완하려는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아이의 체질, 수면 습관, 소화 기능, 정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사춘기 진행 속도와 성장 속도를 분석해 맞춤형 성장 촉진 치료와 성호르몬 조절 또는 억제를 위한 한약 처방을 함께 진행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한약이 성장속도 유지와 사춘기 억제 효과가 동시에 확인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성조숙증 치료는 단순히 성호르몬 억제만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사춘기를 늦추는 동안 얼마나 잘 자랐느냐가 결국 최종 키를 결정한다. 치료가 시작되었다면, 아이의 성장 속도와 뼈나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생활 습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아이의 성장은 단순히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설계해주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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