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단 하나의 세포로 인간의 생로병사를 다룬다
단일세포생물학 기반, 유전체 원천기술 연구
정밀의학 시대를 이끌 연구로 주목
유난히도 무더웠던 6월의 어느 날, 서울 세브란스 병원 근처, 황병진 교수 연구실을 찾았다. 그는 단일세포생물학을 기반으로 유전체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굉장히 기초적인 연구지만 그의 연구는 최첨단 기술의 결집체이기도 하다. 요즘 유행하는 생물 정보학 등 데이터를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실험을 통해 분석하고 증명해낼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유전체 원천기술 신진연구자로 손꼽히는 황병진 교수와의 인터뷰는 인공지능 시대, 생명공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인공지능, 유전체학의 새로운 길을 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 완성 후, 우리는 인간의 모든 질병을 들여다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유전체학은 수많은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고, 이에 생명공학은 단백질, 미생물 등에서 생명의 열쇠를 찾기 위한 연구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유전체학이 기존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으며 생명공학의 ‘미래’로 다시 한번 대두되고 있다.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한 황병진 교수는 국내 유전체 기술 1세대 지도교수님 밑에서 수학했고, 2018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개발된 Drop-seq라는 획기적인 기술 플랫폼으로 모든 연구자가 단일 세포 수준에서 RNA 분석이 가능해진 당시에 단일세포생물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미시 세계에 대한 지적 끌림이 항상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는 학문인 생물학은 제 적성과 맞았고, 생명공학, 유전체 공학 분야는 이런 관심 선상의 연장선이었던 것 같습니다”라며 지적 호기심에 이끌려 생명공학을 선택했고, 인공지능 시대, 최첨단 방법론과 결합하며 그의 연구력은 급성장했다.
멀티오믹스 가능한 단일 세포 분석플랫폼 개발
황병진 교수는 생물학에 머신러닝이라는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이 생소하던 때, 관련 분야를 독학하며 생명 정보학에 입문했다고 밝혔다. “생명정보를 독학하며 학위과정 때 엑솜 시퀀싱을 통한 DNA 서열분석으로 질환에 연관된 유전자/변이를 분석했습니다”라며 덧붙여 그는 “마치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듯이 DNA를 정량화하는 생명공학 기술인 ‘분자 바코딩’을 통한 유전체 기술과 생명 정보 알고리즘 개발도 진행하며 관련 분야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DNA 바코딩을 통해 디지털 메모리 소재로의 응용 가능성 탐구(2016), 미량의 ctDNA(혈액 순환 종양DNA)를 분석을 통한 돌연변이의 정교한 분석을 위한 ‘분자 바코딩’ 기술개발 및 이를 통해 미량의 암세포 유래 변이 분석 알고리즘 개발(2017), 단일염기편집시스템(base editor)을 통한 세포 계보 추적연구(2019) 등 그는 꾸준하게 유전체 기술/생명 정보 분석 분야에 논문을 게재하며 모교인 연세대에 부임할 수 있었다. “미국 UCSF에서 박사후과정을 지내며 제가 가진 specialty인 분자생물학 실험 기술을 이용하여 단일 세포 수준에서 획기적인 툴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이미 단일 세포 수준에서 다양한 modality의 표현형을 측정하는 기술들이 개발된 상태였지만 세포 벌크형태로만 분석이 가능했죠, 저는 단일세포 ‘바코딩’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개발해 수십에서 수백만 개를 한 번에 분석해서 단일 세포 수준에서 표면 단백질 발현을 분석할 수 있는 SCITO-seq라는 이름의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 유전체 탑 저널에 게재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이는 기존의 질량분석으로 단백질 발현을 관찰하는 방법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술입니다”라며 그는 “최초 개발된 단일 세포 플랫폼은 단백질 분석만 가능했지만 최근 RNA까지 멀티모달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는 산업적으로 적용가능한 대규모 스케일의 단일 세포 분석과 더불어 멀티오믹스까지 가능한 시대를 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
공간 생물학, 단일 세포를 입체적으로 보는 눈
단일세포 기능 유전체학 연구실은 단일 세포 수준에서 유전체, 공간 생물학, 기능유전체 데이터를 통합하여 분석 가능한 최첨단 플랫폼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단일세포 기술에 대한 리뷰논문을 EMM 저널에 게재해 구글스칼라 기준 현재 2,000회 정도로 인용 횟수 1위를 달리며 단일세포 연구 분야에서 주목받는 연구자인 황병진 교수는 컴퓨팅(dry lab)과 실험(wet lab)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연구실을 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dry lab 기반의 분석 연구로 랩 구축을 시작했고, 좋은 데이터를 직접 생산해서 직접 분석을 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해 원천기술개발을 위한 실험 연구도 조금씩 시작하며 이상적인 연구실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AI 기반 생명과학 플랫폼을 적용해 대규모의 데이터에서 잠재된 패턴을 학습하고 궁극적으로 질병의 기작 해명, 신약 개발 가속화, 환자별 맞춤 치료 모델이라는 혁신을 이루려고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실에서는 현재 고해상도 초고효율의 단일 세포 멀티오믹스 중개 연구, 고해상도의 공간오믹스 플랫폼 개발, CRISPR 유전자 조작을 통한 단일 세포 수준에서의 기능 분석 등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황 교수는 “단일 세포 멀티오믹스 기반 중개 연구는 환자샘플을 응용할 수 있는 의대 내에 있어 좋은 조건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고해상도의 공간오믹스 플랫폼 개발 연구는 생명공학의 꽃이라 생각하며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제일 큰 부분인데요, 단일 세포를 보는 것을 넘어 단일 세포의 위치까지 분석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로 세포 타겟팅과 약물 딜리버리에서 굉장히 획기적인 기술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인텔리전스 활용한 유전체 연구
그는 연구내용과 관련해서 현재 2가지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다. 첫 번째는 개인기초연구로 인간 면역세포에서 CRISPR(유전자가위)라는 유전자를 교란하는(perturbation) 기술을 통해 유전자의 발현을 의도적으로 조절해 나타날 수 있는 단백질 변화를 단일 세포(수백만 개 세포) 수준에서 측정할 수 있는 방법 개발이다. 그는 현재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대규모의 데이터에서 잠재된 패턴(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을 이른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선도연구센터(MRC) 참여이다.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반 통합 질병 연구센터’라는 이름으로 과제를 수행하게 되는데요, 이 센터는 암, 대사질환, 면역질환처럼 복잡하고 치료가 어려운 질환들의 원인을 새롭게 규명하고, 치료 표적과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라며 그는 “환자에게서 직접 얻은 유전자, 단백질, 세포 수준의 복합적인 멀티오믹스 정보를 AI와 융합해 분석하는 것입니다. 연세대 연구진은 이 기술을 통해 ‘질병 맞춤형 분석 모델’을 만들고,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치료 표적을 정밀하게 제시하고자 합니다. 데이터 인텔리전스는 기존 머신러닝에 기반한 유전체 연구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입니다”라고 소개했다.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패러다임 changer 연구 계속할 것”
최첨단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황병진 교수는 인류 최대의 난제인 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기술적 답보상태에 있던 암세포 특이적인 항원인 Neoantigen 분석에 단일 세포 그리고 멀티오믹스 유전체 기술을 접목해 개인 암 환자별 맞춤형 백신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를 통해 인류 암 정복의 꿈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황 교수는 AI의 발전은 연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매년 눈에 띄게 끌어올리고 있다며 “앞으로 ‘이게 정말 가능할까?’ 싶은 기술적인 문제들도 대부분 해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술의 특이점이 도래하더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은 인간만의 고유한 특권이라 생각합니다. 이 ‘창의력’을 토대로 기존의 경계를 뛰어넘는 패러다임 전환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황병진 교수는 차분하게 인터뷰를 이어갔지만, 그 가운데서 그의 도전의식은 상당히 빛났다. 아무래도 컴퓨팅과 실험 모두에 실력을 갖춘 그만의 자신감일 테다. 그는 생물학자들이 인공지능을 잘 다뤄야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그 대세에 자신의 역할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화학에서 생물학 그리고 인공지능까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자
황 교수는 가끔 연구에서 벗어나 산책을 하거나, 여행 중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 생각들을 어디엔가 꼭 적어둔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꾸준히 생각하고, 실행하고, 실패하더라도 또 도전하는 자신만의 연구루틴을 소개했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에 호기심을 품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황병진 교수도 주변의 모든 것들에 관심을 두고 호기심의 채널을 항시 열어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몇 없는 유전체 원천기술 연구자다. 그의 연구성과는 우리나라 유전체 원천기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간 생명 연장의 꿈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화학을 전공했지만, 생물학으로 학위를 받고,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선견지명으로 유전체학의 뉴프런티어가 될 수 있었던 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황병진 교수의 도전 의식 덕분이다. 그의 도전이 만들어 낼 생명공학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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