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영주 납 제련 공장 설립을 둘러싸고 환경 우려와 행정 절차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공장 본격 가동을 앞두고 영주시에 허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7일 영주납폐기물제련공장반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경북 영주역 광장에는 2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납 폐기물 제련 공장 허가 철회를 촉구했다.
해당 ‘납공장 저지를 위한 2차 시민총궐기’는 전국철도노조 영주지방본부가 주최했으며 종교·농업·시민단체 등 45개 단체가 동참했다. 이들은 납 공장이 본격 가동될 경우 영주시 전체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위기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주시는 다음달 9일을 기한으로 (주)바이원(이하 사업자 측)에 ‘공장 설립 승인 허가 여부’ 통보를 앞두고 있다. 사업자 측은 2021년부터 영주시 적서공단에 1만4703㎡ 규모의 납 제련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대책위는 영주시 적서공단이 학교, 요양원, 아파트 등이 위치한 주민들의 생활공간과 반경 1~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납공장의 공정 과정에서 납과 카드뮴, 비소 등 1급 발암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제기했다.
납 공장에서 폐납배터리를 원료로 납을 재정련할 때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양도 우려의 대상이다. 대책위는 사업자 측이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출한 자료에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16.07톤(t)에 불과한 것으로 기재돼 있지만 이는 ‘납 2차 제련’의 실질적인 오염 발생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미국 환경청(EPA)의 공식 자료에 근거해 다시 계산한 결과, 납 공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폐납 원료량을 기준으로 할 때 오염물질 총량은 연간 최대 3500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사업자 측이 제출한 값보다 200배 이상 많은 양이다.
더욱이 사업자 측은 이처럼 대규모 오염이 예상되는 상황에도 연간 16.07톤 기준에 맞춘 저용량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책위는 “실제 발생량의 1/200 수준으로 축소된 수치를 기준으로 방지시설을 설계했다”며 “결국 이 시설은 실질적인 정화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납 매연을 그대로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PA의 AP-42 배출계수는 납 원료 1톤을 제련할 경우 납 기체가 약 52kg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책위는 이 수치를 근거로 납 공장의 실제 일간 대기 중 납 기체 배출량이 약 1700㎥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가동 중인 타 제련업체 대비 약 34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책위는 “납은 인체에 축적되며 배출되지 않는 중금속으로, 특히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라며 “공장이 가동되면 영주 시민의 호흡기로 고농도의 납이 유입돼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적 절차도 논란이다. 영주시는 2023년 공장 신설을 거부했지만 1심 승소 이후 2심(대구고법)과 3심(대법원)에서는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공장 승인 거부의 사유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지만 대책위는 “법원이 환경부의 기술적 기준과 배출계수 적용 원칙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명백한 오판”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사업자 측이 배출량을 고의로 축소하고 이를 근거로 환경부가 아닌 영주시장에게 허가를 받아낸 것은 명백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이자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면서 사업자 측과 시청 공무원이 128차례 통화한 정황을 공개하고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영주시의원장과 투자유치과장, 환경보호과장 등은 지난 23일 집행부 간담회를 열어 “1심에서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장기간 소송 과정에서 반대대책위원회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했고 변론 과정에서 PPT 자료를 통해 상세한 변론을 했음에도 패소한 점은 아쉬운 결과”라며 “시에서도 재판에 최선을 다했으나 본 사안은 사실관계와 법률적 쟁점에 따라 판단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영주시 집행부는 “고의 패소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그와 같은 의도는 없었다”며 “시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납공장 설립 과정에서 이뤄진 산업집적법 위반사항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답변에는 응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다음달 9일 승인여부가 결정될 시 납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총력을 다해 불허를 촉구할 방침이다. 이들은 지난 24일 영주시와 간담회를 진행한 이후 각종 집회와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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