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정부가 ‘민항기 국제공동개발’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국제공동개발(Risk Sharing Partnership, RSP)은 국내 항공업체가 국제 항공기 공동개발에 참여해 개발비와 위험을 분담하는 것. 대신 반대급부로 항공기가 생산될 때 참여 업체는 개발한 품목에 대해 약 20~30년간 납품권을 행사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
정부는 이 같은 국제공동개발을 국내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꾸준히 주목해 왔다. 그런 가운데 우주항공청이 26일 본청 대회의실에서 민항기 국제공동개발(RSP) 추진 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항공업체들이 국제공동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전략 모색에 나섰다.
이러한 배경에는 세계 항공기 시장에서 민수 항공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먹거리가 더 많다는 얘기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항공기 시장 규모를 보면, 민수 항공기가 2721억달러(약 368조 8000억원)로, 633억달러(약 85조 8000억원)인 군수 항공기의 4배를 훌쩍 넘겼다. 더욱이 이러한 민수 항공기 수요가 2023년 2만6750여대에서 오는 2043년까지 20년간 5만170여대로 2배가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국제공동개발 참여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는 군수 항공기 생산 비중이 61%를 차지하는 국내 항공산업이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탈리아의 알레니아, 일본의 미츠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후지중공업 등이 안정적인 매출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도 보잉의 767·777·787 개발에 국제공동개발 업체로 참여해서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특히 일본은 1980년대부터 보잉의 국제공동개발 협력업체로 참여하면서 참여 비중도 767 개발 당시 15%에서 787 개발 시에는 3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일본 업체들의 참여 비중이 커지면서 일본 정부도 따라 지원금을 늘리며 국제공동개발 참여와 확대를 주도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물론 국내 항공업계도 뒤늦게 에어버스 A350, 보잉 787 프로그램 등 국제공동개발 업체로 일부 참여했지만, 일본과 비교해 참여 비중이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다행히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항공기 수요가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민항기와 항공 소재·부품 등에 대한 국제공동개발 수요가 기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주항공청도 국제공동개발 참여 추진에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현재 운항 중인 민항기 플랫폼은 30~50년 전 기술에 기반하고 있어, 친환경 기술을 포함한 신개념 대형민항기 개발사업이 대두될 전망”이라면서 “민항기 제작사 주도로 국제공동개발 파트너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관계자는 국내 항공업계의 강점을 활용해 국제공동개발 참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항공제조산업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그동안 주익, 미익, 동체 엔진 부품 등 글로벌 민항기 제작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온 경험이 있다”면서 “생산성 향상 등 생산기술 측면에서 많은 장점이 있는 만큼 국제공동개발 참여 지분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납품 물량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항기 제작사가 요구하는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민항기 제작사가 신규 모델 계획을 발표할 때 적시에 필요한 부품, 소재 등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특히 관계자는 “응집된 협상력과 구성원 각각이 가지는 기술력, 역량 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추진 협의체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항공제조산업계가 중심이 되고 우주청이 지원하는 형태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공동개발에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선행 R&D와 국내 기업이 생산설비 구축 등을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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