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는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고급육이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질감은 다른 쇠고기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구이부터 전골, 스테이크까지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도 깊은 맛이 살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한우는 자주 즐기기엔 가격 부담이 큰 편이다. 부위와 등급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지만,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 식재료 구입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고등급 한우는 더욱 멀게만 느껴지는 음식이다.
하지만 고기의 등급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숙성을 거치면 1~3등급의 저등급 한우도 '투뿔(1++)' 못지 않은 부드럽고 깊은 풍미를 낼 수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도 숙성을 통해 육질이 개선되고 풍미가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숙성법을 잘 활용하면 고급 한우의 맛을 합리적인 가격에 집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 저등급 한우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숙성 방법과 그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고기를 더 연하고 맛있게 만드는 '숙성'
소고기 숙성은 냉장에서 일정 기간 보관해 육질과 맛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2023년 2월 국립축산과학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등급 한우 등심을 4도에서 14일간 숙성한 결과, 단백질 분해 효소가 활발히 작용하면서 전단력 수치가 절반가량 감소했다. 전단력 수치가 낮을수록 고기는 더 연해진다.
같은 실험에서 감칠맛 성분인 글루탐산 함량도 3배 이상 높아졌다.
또한 2, 3등급 한우의 안심, 등심, 채끝, 목심, 부채살, 업진살 등 12개 부위를 2도에서 7일, 14일, 21일 동안 숙성한 결과, 숙성 기간이 늘어날수록 고기는 더 부드러워지고 육즙도 풍성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온도가 불안정하면 고기 품질이 떨어지거나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온도 관리가 필요하다.
가정에서 한우를 숙성시키는 법
가정에서는 습식 숙성 방식으로 소고기를 숙성할 수 있다. 이는 고기를 진공 포장해 냉장 온도(0~4℃)에서 보관하는 방법이다. 최소 1주일 이상 숙성하며, 상황에 따라 최대 9주까지도 가능하다. 다만 온도 유지와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습식 숙성을 위해선 고기의 등급과 포장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1~3등급처럼 비교적 저렴한 고기를 고르되, 마블링은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등급이 낮고 마블링이 적을수록 숙성 기간은 더 길게 잡아야 한다. 정육점에서 진공 포장된 상태로 구매하면 부패균 증식이 억제돼 숙성에 적합하다. 숙성 중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며, 냉장고 깊숙한 칸이나 김치냉장고처럼 온도 변화가 적은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숙성 고기를 조리할 때는 손질과 굽는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고기를 미리 썰어두면 육즙이 빠져나가 신선도와 풍미가 떨어지므로 조리 직전에 자르는 것이 좋다.
덩어리는 결과 직각 방향으로 썰고, 채썰기는 결을 따라야 모양과 식감을 잘 유지할 수 있다. 구울 땐 센 불에서 짧게 익히는 것이 좋으며, 육즙이 고기 위로 배어날 때 한 번만 뒤집어야 속까지 잘 익는다. 여러 번 뒤집으면 겉만 타고 속은 익지 않아 풍미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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