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데이비드 베컴에 이어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이 ‘Sir(경)’라는 칭호를 얻었다. 유로 2024 결승에서 스페인에 패한 뒤 잉글랜드 사령탑에서 물러난 그는, 25일(현지시각) 윈저성에서 열린 공식 행사에서 축구계 공로를 인정받아 정식으로 기사 작위를 수훈했다.
이로써 그는 역대 일곱 번째로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받은 축구 감독이 되며, 알프 램지, 알렉스 퍼거슨, 바비 롭슨, 케니 달글리시 등의 전설적인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기사 작위 수훈에 의아한 점은 그가 대표팀 감독으로 재직 중에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8년 가까운 재임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지 못했다.
2021년 여름 열린 유로 2020에서는 이탈리아에, 유로 2024에서는 스페인에 연달아 결승에서 패했다. 월드컵에선 2018 러시아 대회에서 크로아티아에 준결승 탈락. 누군가는 그를 “거의 우승할 뻔한 감독(almost manager)”, “거의 챔피언 팀의 감독(almost tea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는 영국 왕실로부터 최고의 영예 중 하나를 받게 되었을까? BBC 스포츠는 “그의 공로는 단순한 경기 결과 이상의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미지를 바꿨다”… 사우스게이트가 남긴 유산
사우스게이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경기 외적인 부분이었다. 그는 2016년 샘 앨러다이스 감독이 스캔들로 1경기 만에 경질된 뒤 혼돈에 빠진 대표팀을 맡아 질서를 되찾았다. 선수 출신으로 U-21 대표팀 감독을 지낸 그는, 성인 대표팀 감독으로 올라선 뒤에도 꾸준히 품위 있고 절제된 리더십으로 팀을 안정시켰다.
무엇보다 그가 이끈 잉글랜드 대표팀은 다시 ‘사랑받는 팀’으로 거듭났다. 한때는 대표팀 차출을 꺼리던 선수들이 즐겁게 소집에 응했고, 팬들은 낙관과 기대를 갖고 팀을 응원했다. BBC는 이를 “잉글랜드 셔츠가 너무 무겁던 시대를 끝냈다”고 표현했다.
2018 월드컵부터 유로 2020까지 이어진 분위기는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그는 “너무 착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루니, 스털링, 그리고 최근의 그릴리시까지, 과감한 결단으로 세대교체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경기장 밖에서도 완벽한 대사 역할"
사우스게이트는 축구 외적인 사회 문제에서도 전면에 나섰다. 2019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사건 당시, 경기 중단 사태 속에서도 냉정하게 상황을 수습하며 국제적 찬사를 받았다. 그는 “잉글랜드 역시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며 자국 내 문제도 함께 언급해 주목받았다.
또한 카타르 월드컵에서 ‘원러브(OneLove)’ 완장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을 때, 그는 “LGBTQ+ 커뮤니티가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발언하며 도의적 책임을 인식했다. BBC는 이를 두고 “경기장을 넘어 축구협회의 공식 대사로서 완벽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가장 가까이 다가간 지도자”… 인정받은 ‘준우승의 가치’
결과만 놓고 보면 그는 트로피 없이 떠난 지도자다. 하지만 현실은, 알프 램지 감독 이후 어떤 이도 그만큼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그의 재임 기간 동안 3번의 메이저 대회 모두 4강 이상에 올랐고, 유로 대회에서는 두 번이나 결승에 올랐다.
이는 퍼거슨이나 달글리시조차 해내지 못한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기록이며, 사우스게이트는 *“트로피는 없지만 유산은 있다”*는 평을 남기고 떠났다.
BBC 스포츠는 기사 말미에 이렇게 남겼다. “단기적 실망이 가라앉으면, 그는 마땅히 존경받아야 할 인물이라는 사실만은 변함없다.” 그리고 그를 기사 작위로 임명한 이는, 그의 재임 기간 내내 FA 회장직을 맡았던 바로 그 인물 – 웨일스 왕세자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