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화 가능성 모델. 설득 메시지, 언제 깊이 생각하고 언제 대충 넘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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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화 가능성 모델. 설득 메시지, 언제 깊이 생각하고 언제 대충 넘길까?

나만아는상담소 2025-06-26 15:39:32 신고

3줄요약

정교화 가능성 모델

새로운 노트북을 구매하려는 A씨의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그는 몇 주에 걸쳐 각종 기술 리뷰를 탐독하고, CPU 성능, 램 용량, 배터리 수명, 디스플레이 해상도 등 세부 사양을 꼼꼼히 비교 분석합니다. 그에게는 화려한 광고 모델이나 디자인보다, 제품의 논리적이고 실질적인 성능에 대한 ‘주장의 품질’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번에는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고르는 A씨의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그는 냉장고 앞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최근 TV 광고에서 좋아하는 유명 연예인이 선전하던 시원해 보이는 음료수를 별생각 없이 집어 듭니다. 이때 그는 음료의 성분이나 칼로리, 다른 제품과의 가격 비교 등은 거의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유명 모델’과 ‘매력적인 포장’이라는 피상적인 단서였습니다.

왜 우리는 어떤 결정은 이처럼 깊고 논리적으로, 또 어떤 결정은 이처럼 빠르고 직관적으로 내리는 것일까요? 우리가 설득적 메시지를 접했을 때, 언제 그 내용을 심사숙고하고(정교화하고), 언제 주변적인 단서에 의존하여 가볍게 판단하게 되는지, 그 이중적인 마음의 경로를 설명하는 이론이 바로 ‘정교화 가능성 모델(Elaboration Likelihood Model, ELM)’입니다.

정교화 가능성 모델(ELM)이란 무엇일까요? 설득으로 가는 두 갈래 길

정교화 가능성 모델은 1980년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리처드 페티(Richard E. Petty)와 존 카시오포(John T. Cacioppo)에 의해 개발된, 설득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 중 하나입니다.

이 모델의 핵심은, 사람들이 설득적 메시지를 처리할 때 항상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정교화(Elaboration)’란, 메시지에 담긴 주장을 얼마나 주의 깊게 생각하고, 심사숙고하며, 기존의 지식과 연결 짓는지를 의미합니다.

ELM이 제시하는 설득의 두 가지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 중심 경로 (Central Route): 사람들이 메시지의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할 동기(motivation)와 능력(ability)을 모두 가지고 있을 때 활성화되는 경로입니다. 이 경로를 통해 정보를 처리하는 사람들은 메시지에 담긴 주장의 논리성, 타당성, 증거의 신뢰성 등 핵심적인 정보의 ‘질’에 초점을 맞춥니다. 만약 주장이 강력하고 논리적이라고 판단되면, 긍정적인 태도 변화가 일어나고 설득이 이루어집니다. 중심 경로를 통해 형성된 태도는 더 오래 지속되고, 반대 주장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며,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A씨가 노트북을 구매할 때 거쳤던 과정이 바로 중심 경로에 해당합니다.
  2. - 주변 경로 (Peripheral Route): 사람들이 메시지를 깊이 생각할 동기가 없거나, 그럴 능력이 부족할 때 활성화되는 경로입니다. 이 경로를 통해 정보를 처리하는 사람들은 메시지의 핵심적인 주장보다는, 그 주변에 있는 피상적인 단서(peripheral cues)에 의존하여 쉽고 빠르게 판단을 내립니다. 이러한 주변 단서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 메시지 전달자의 매력도나 권위: 잘생긴 모델, 유명 연예인, 또는 ‘박사’, ‘전문가’와 같은 권위 있는 출처
    • - 주장의 개수: 주장의 질보다는 단순히 주장의 개수가 많은 것
    • - 다른 사람들의 반응: “모두가 ‘예’라고 합니다”와 같은 사회적 증거
    • - 감정적 호소: 유머, 공포, 즐거움 등 메시지가 유발하는 감정
    • - 전문 용어 및 통계 자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뭔가 전문적으로 보인다는 느낌 자체 주변 경로를 통해 형성된 태도는 일시적이고, 쉽게 변하며, 행동 예측력도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A씨가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고를 때 거쳤던 과정이 주변 경로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언제 중심 경로를, 언제 주변 경로를 택할까? (동기와 능력)

그렇다면 어떤 조건이 우리를 중심 경로 또는 주변 경로로 이끄는 것일까요? 정교화 가능성 모델, ELM은 ‘동기’와 ‘능력’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합니다.

  1. - 동기 (Motivation): “내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은가?”
    • - 개인적 관련성 (Personal Relevance): 가장 중요한 동기 요인입니다. 어떤 문제가 나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때(예: 나의 건강, 재산, 학업, 가치관 등),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는 동기가 급격히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우리 대학의 등록금 인상 정책에 대한 주장은 다른 대학의 등록금 인상 정책보다 훨씬 더 중심 경로로 처리될 것입니다.
    • - 인지 욕구 (Need for Cognition): 개인의 성격 특성 중 하나로, 생각 자체를 즐기고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려는 경향성을 의미합니다. 인지 욕구가 높은 사람들은 개인적 관련성이 낮은 문제에 대해서도 중심 경로를 통해 정보를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 - 개인적 책임감: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하게 느낄 때도 동기는 높아집니다.
  2. - 능력 (Ability): “내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가?”
    • - 사전 지식: 특정 주제에 대해 이미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메시지에 담긴 주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할 능력이 충분하므로 중심 경로를 사용하기 쉽습니다. 반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주제라면 전문가의 권위와 같은 주변 단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 - 주의 분산: 주변이 시끄럽거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거나, 피곤한 상태에서는 메시지에 집중하여 깊이 생각할 인지적 여유가 부족합니다. 이때 우리는 주변 경로로 빠지기 쉽습니다.
    • - 메시지의 이해 가능성: 메시지가 너무 전문적이거나, 용어가 어렵거나, 논리 구조가 복잡하여 이해하기 어렵다면, 아무리 동기가 높아도 중심 경로를 통해 처리할 수 없습니다.
    • - 시간적 제약: 생각할 시간이 부족할 때도 우리는 빠른 판단을 위해 주변 경로를 택하게 됩니다.

결국, 높은 동기와 높은 능력을 모두 갖추었을 때만 중심 경로가 활성화되며,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할 경우 우리는 주변 경로를 통해 정보를 처리하게 됩니다.

일상 속의 ELM: 광고, 정치, 그리고 우리들의 대화

정교화 가능성 모델은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설득 상황을 설명하는 데 적용될 수 있습니다.

  • - 광고 및 마케팅:
    • - 중심 경로 타겟 광고: 자동차나 컴퓨터, 고가의 카메라 광고 등은 제품의 상세한 성능, 기술 데이터, 경쟁 제품과의 비교 분석 등을 제시하며, 해당 제품에 높은 동기와 능력을 가진 ‘고관여 소비자’를 설득하려 합니다.
    • - 주변 경로 타겟 광고: 음료수, 과자, 향수, 패션 광고 등은 매력적인 모델, 인기 연예인, 신나는 음악, 유머러스한 스토리 등 감성적이고 피상적인 단서를 활용하여 ‘저관여 소비자’의 즉흥적인 구매를 유도합니다.
  • - 정치 캠페인:
    • - 중심 경로 설득: 후보자의 상세한 정책 공약집, 심층 토론회, 정책 분석 기사 등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고관여 유권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 - 주변 경로 설득: “기호 O번!”, “OOO가 답이다”와 같은 간결한 슬로건, 유명인의 지지 선언, 상대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흑색선전, 대규모 유세 현장의 열광적인 분위기 등은 ‘저관여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칩니다.
  • - 공익 캠페인: 금연 캠페인에서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통계 자료와 의학적 증거를 자세히 제시하는 것은 중심 경로를, 존경받는 의사나 유명인이 나와 “금연은 생명입니다”라고 간결하게 호소하는 것은 주변 경로를 활용한 것입니다.

설득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 ELM 활용법

이 모델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설득의 주체로서, 그리고 소비자로서 더 현명해질 수 있습니다.

  • - 설득하는 입장이라면: 당신의 메시지를 듣는 청중을 분석해야 합니다. 그들이 당신의 주제에 대해 높은 동기와 능력을 가지고 있나요? 그렇다면, 강력하고 논리적인 증거에 기반한 주장을 펼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중심 경로). 만약 그렇지 않다면, 메시지를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며, 신뢰할 만한 출처임을 강조하는 등 긍정적인 주변 단서를 활용해야 합니다.
  • - 설득당하는 입장이라면: 특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이 지금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처리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합니다. 광고나 정치적 메시지가 탄탄한 논리 대신, 피상적인 주변 단서로 나의 마음을 현혹하고 있지는 않은지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중요한 결정이라면, 의식적으로 동기를 높이고(이 결정이 나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함), 능력을 키우며(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주의를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함) 중심 경로를 통해 신중하게 판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생각의 지도를 들고 정보의 홍수 건너기

결국 정교화 가능성 모델은 우리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생각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유용한 ‘인지적 지도’와 같습니다.

주변 경로는 사소한 문제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해주는 유용한 지름길이지만, 그 지름길에만 의존하여 정작 신중하게 가야 할 길(중요한 결정)까지 가려 한다면 문제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설득 메시지 앞에서, 우리는 그저 주변 단서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중요한 문제에 대해 능동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주체가 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어떤 메시지를 만났다면, 잠시 멈춰 서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지금 이 주장의 논리를 따르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그럴듯한 포장에 끌리고 있는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우리를 더 현명한 의사 결정자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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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출간 안내

당신의 이야기는 ‘운명’이 아닌, ‘용기’가 될 거예요.나만 아는 상담소 첫 번째 책, 『운명이라는 착각』 출간

관계 속에서 길을 잃고, 나조차 나를 믿을 수 없게 되는 순간들. 마치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처럼 느껴졌나요?

그 아픔과 혼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관계 전문 심리 상담소, 나만 아는 상담소입니다.

저희는 수많은 마음의 상처 속에서 흩어져 있던 이야기의 조각들을 정성껏 모아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정서 학대, 가스라이팅, 교제 폭력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그 고통의 실체를 당신이 쉽게 이해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요.

오랜 기다림 끝에, 그 마음이 드디어 ‘운명이라는 착각’ 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 책은 당신을 탓하던 세상의 목소리 속에서 당신의 편이 되어줄 다정한 친구이자, 아픈 관계를 끊어낼 용기를 주는 단단한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그 착각의 안개를 걷고, 당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진정한 길을 찾아 나설 시간입니다. 그 길의 시작에 저희의 책이 작은 등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해주세요.

“이제, 잠시 눈을 감고 편안하게, 깊은숨을 한 번 크게 내쉬어 보자.
그리고 천천히 아팠던 이야기를 마주할 준비를 해 보자.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어둡고 긴 혼란의 터널 속에서
마침내 한 줄기 빛처럼 이 책을 발견했다.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 다.
그것은 바로 삶이 정체된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신호이다.당신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아가는 치유와 성장의 과정을 이제, 바로 지금,
함 께 시작해 보자.삶은 그 누구도 아닌, 온전히 자신의 것이며,
‘나’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로서 충분히 사랑받고 행복할 자격이 있다.”

– 운명이라는 착각: 상처받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법, 프롤로그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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