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가 유럽 시장에서 연이은 부진을 겪고 있다.
26일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의 5월 신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8% 감소해 1만3,863대에 머물렀다. 이는 테슬라가 5개월 연속 유럽에서 판매 감소를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도 1.8%에서 1.2%로 크게 떨어진 것을 뜻한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 전기차 시장 전체 등록 대수는 27.2% 증가하며, 시장 성장세가 뚜렷한 가운데 테슬라는 성장의 흐름과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판매 부진을 넘어 테슬라가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점차 입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약진이 유럽 내 테슬라 판매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5월 중국 브랜드의 유럽 내 판매량은 6만5,808대로 1년 전 대비 두 배에 달하는 5.9% 점유율을 기록했다. 대표 브랜드인 BYD(비야디)는 신차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97% 폭증했으며, 4월에는 처음으로 테슬라를 앞서기도 했다.
자토 다이내믹스의 분석가 펠리페 무노스는 "중국 브랜드는 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 파워트레인을 적극 판매하며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유럽 시장이 단순 전기차 외에도 친환경 차량 전반으로 소비자 선택폭을 넓히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최근 머스크 CEO가 미국 정치 무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유럽 소비자들의 반감이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와 발언이 유럽 시장 내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브랜드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와 EU 차원에서도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현지 기업 및 친환경 정책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경쟁 구도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전통적 자동차 강국들이 전기차 기술 투자와 지원을 늘리면서, 테슬라가 기존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테슬라는 현재 유럽 내 생산과 판매 전략을 재검토 중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와 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모델 출시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뉴욕증시에서도 이날 테슬라 주가는 4.22% 하락해 326.10달러에 거래되는 등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유럽 시장에서 다시 반등하려면 현지 생산 확대와 가격 경쟁력 강화, 제품 라인업 다변화, 그리고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브랜드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유럽, 미국 각국의 전기차 업체들이 혁신적인 기술과 다양한 소비자 맞춤형 모델을 잇따라 선보이며 경쟁 구도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배터리 기술, 원가 절감, 내수시장 확대를 토대로 국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의 지속적인 판매 감소는 이러한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전통적 강자가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과 전략 수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전기차 시장의 승자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현지화 전략과 소비자 신뢰, 정부 정책과의 조화 등 다방면에서 균형 잡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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