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해체 승인 여부가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결정된다. 1972년 건설허가를 받은 이후 53년의 역사를 지닌 고리 1호기는 2017년 영구정지 결정을 받은 지 8년 만에 해체 절차를 본격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29일 상업 운전을 개시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으로, 가압경수로(PWR) 방식에 587메가와트(MWe)의 전기출력을 가진 설비다. 이 원전은 국내 원자력 산업의 출발점으로서 경제 발전과 전력 공급에 큰 역할을 담당해왔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전 해체를 위해서는 영구정지 이후 5년 이내에 해체 승인 신청을 해야 하며, 원안위는 신청서 접수 후 한수원의 질의 기간을 제외하고 3년 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 이에 한수원은 2021년 5월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서 및 관련 서류를 원안위에 제출했다. 원안위는 2022년 1월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해 2년여 간 심도 있는 검토를 이어왔다.
현재 한수원은 해체 승인을 위한 준비 단계로 방사성 물질 제거를 목표로 한 '제염'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작업은 해체 과정에서 작업자의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한 필수 단계로 꼽힌다.
이번 해체 승인 결정은 단순히 한 기기의 운전을 종료하는 절차를 넘어, 우리나라가 원전 해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원전 해체는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분야로,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4개국만 상업용 원전을 해체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연구용이나 실증용 원전의 해체 사례이며, 상업용 원전 해체는 미국이 유일한 선례다.
고리 1호기 해체가 승인될 경우,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상업용 원전 해체에 나서는 국가가 되며, 향후 증가할 원전 해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국내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안위의 이번 결정이 곧바로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나, 위원회 특성상 건설 허가, 영구정지, 해체 승인 등 주요 사안에서는 위원 간 의견 차이로 인해 심의가 여러 차례 이뤄질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국내 원자력계는 해체 승인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며, 신속한 절차 진행을 기대하고 있다.
고리 1호기 해체는 원전 운영에 따른 사회적 책임과 환경 안전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해체 과정에서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와 환경 영향 최소화가 중요한 과제로, 정부와 한수원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안전하고 투명한 해체를 약속하고 있다.
또한 원전 해체 시장은 향후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리 1호기 해체 경험은 한국이 글로벌 원전 해체 산업에 참여할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국내 원전 산업의 수출 다변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 해체는 원전 건설과 운영만큼이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이라며 "고리 1호기의 해체 승인은 기술적, 제도적 역량을 검증받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원전 해체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기술과 안전 관리 노하우는 향후 신규 원전 건설뿐 아니라 국제 협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 원자력 역사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 만큼, 이번 해체 승인 결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국가 에너지 전환과 안전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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