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고예인 기자] 내달초 발표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시선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에 쏠리는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부진으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가운데 두 기업의 실적 흐름과 그 이면의 전략적 차이가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 SK하이닉스, HBM 독주로 사상 최대 실적 예고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2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회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증권가에서는 매출 20조4494억원, 영업이익 9조6702억원 수준을 점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 4분기(매출 19조7670억원, 영업이익 8조828억원)와 올해 1분기(매출 17조6391억 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를 모두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가장 큰 요인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독주’다.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의 공급 비중이 2분기에는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 하반기에는 8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HBM3E 등 차세대 HBM 공급에서 시장 선점 효과를 극대화했으며 단가가 높은 5세대 12단 제품의 판매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이에 따라 D램 판매량도 2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며 DDR4 등 범용 메모리 가격도 올해 들어 매분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서버용 eSSD(엔터프라이즈 SSD)와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판매 확대,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영업이익률이 전분기 대비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33%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개선도 두드러진다.
이 같은 성장세는 단순한 반도체 업황 회복을 넘어 AI 서버 시장의 수요 폭증과 맞물려 HBM 공급망의 ‘초강자’로 SK하이닉스가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HBM4 양산을 앞두고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삼성전자, 2분기 회복 기미 있으나 기대는 ‘미흡’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미지근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과 대조적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여전히 ‘역성장’ 우려와 함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을 6조원대에서 7조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5% 이상 감소한 수치로 SK하이닉스와의 격차가 뚜렷하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핵심은 반도체 부문, 그중에서도 HBM 출하 부진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의 적자 지속, 환율 효과 등이다.
삼성전자는 HBM3(4세대)는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으나 HBM3E(5세대) 제품은 엔비디아의 퀄리티 테스트(품질검증)를 통과하지 못해 양산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을 납품 중이며 HBM 매출 비중이 전체 D램 매출의 절반 가까이(47%) 달해 실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비록 삼성전자 역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고 출하량이 늘어나는 등 업황 개선 효과는 있었으나 HBM 부문에서의 수익성 확대가 미흡해 실적 개선 폭이 제한됐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방어에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 환율 하락시 원화 기준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000억원에서 4분기 6조5000억원으로 줄었던데 이어 올해 2분기에도 환율 하락 영향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을 보면 ‘HBM 시장에서의 주도권’이 두 기업의 운명을 가른 핵심 요인임을 알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중심의 제품 믹스와 시장 수요 증가로 인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출하 부진과 파운드리 적자 등으로 인해 실적 개선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두 기업의 실적 격차는 단순히 반도체 업황의 차이를 넘어 기술 경쟁력과 고객사 공급망 확보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전방위 투자를 통해 HBM·파운드리 등 고부가가치 사업의 성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천명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의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SK하이닉스의 독주가 지속될지에 따라 국내 반도체 산업의 구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에서 승부가 갈렸다”며 “HBM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가 실적 격차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는 두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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