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묶인 메리츠②] 고금리 선순위 채권 ‘무색’…이자 끊기고 담보도 묶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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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묶인 메리츠②] 고금리 선순위 채권 ‘무색’…이자 끊기고 담보도 묶여

투데이신문 2025-06-26 12:47:20 신고

3줄요약

메리츠는 빠르고 효율적인 자본집행 모델의 대명사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올봄 홈플러스 회생절차를 기점으로 ‘위험 분산’ 전략의 실효성을 묻는 시험대에 올랐다.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홈플러스 관련 대출은 단일 자산군 중심 담보모델의 리스크, 회생절차 내 채권 회수 현실성, 사회적 파장까지 복합적 이슈를 담고 있다. 본지는 이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드러난 구조적 리스크와 메리츠의 투자모델에 생긴 균열을 심층 분석하고 메리츠의 현황과 향후 과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사진=메리츠금융그룹]
[사진=메리츠금융그룹]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는 고금리·담보 신뢰를 앞세운 메리츠금융의 투자 전략에 치명적인 전환점을 만들었다. 1조2000억원을 단독 투자하고도, 회생절차 이후 이자 수익을 받지 못하는 유일한 채권자로 고립된 메리츠는 자산 회수조차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반면 하나와 한화 등 후순위 투자자는 MBK 보증으로 이자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메리츠의 투자 방식이 자본시장 내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이후 메리츠금융그룹은 대출에 대한 이자 수익을 일절 받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이후 이자를 포함한 모든 금융비용 지출이 일시 중단된 데 따른 결과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도 하나·한화증권 등 후순위 투자자는 연간 총 15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받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제공한 보증 덕분이다. 

선순위 독식이 만든 ‘고립’…MBK는 후순위에 보증 제공

2023년 홈플러스 리파이낸싱 당시, 메리츠는 1조2000억원을 단독으로 공급하며 전체 자산에 대해 선순위 담보권을 설정했다. 메리츠증권(6551억원), 메리츠화재(2807억원), 메리츠캐피탈(2807억원)로 구성된 그룹 차원의 총력 투자였다. 

당시 메리츠의 투자 판단 근거는 세 가지였다. 먼저 홈플러스 자가점포 약 60곳의 신탁 담보가치가 5조원에 가까웠고, 연 8% 고정금리와 최대 14% 스텝업 구조의 고수익이 보장됐다는 점이다. 연 매출 7조원 규모의 유통업계 2위 기업이라는 홈플러스의 현금흐름도 뒷받침됐다. 사실상 ‘원리금 회수 리스크는 제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문제는 메리츠가 선점한 구조 때문에 이후의 자금 유치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담보는 모두 메리츠가 가져갔다는 점에서 후발 금융사는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일부 금융사에 후순위 채권을 제안하며, 연대보증과 이자지급보증을 함께 제공하는 이례적 조건을 내걸었다.

실제 하나증권(1500억원), 한화투자증권(1000억원) 등에는 각각 MBK의 이자지급 보증과 연대보증이 부여됐다. 이들은 메리츠보다 후순위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도 분기당 약 50억원씩 이자를 계속 수취하고 있다. 연간으로는 약 150억 원 규모다. 

이는 실질 담보권자인 메리츠의 이자 수익이 전면 중단된 점과는 대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가 먼저 담보를 싹쓸이했기 때문에 후순위 투자자 유치를 위해 MBK가 보증을 붙인 것”이라며 “보증이 붙은 후순위 채권이 오히려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선순위 채권자는 회수 리스크만 떠안게 된 건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발 묶인 메리츠…‘투자 판단 오류’ 지적도

결국 법적으로는 ‘선순위’지만 현실에서는 ‘고립된 채권자’가 됐다. 여기에 더해 담보권 행사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주요 자산은 점포 부동산인데, 담보를 집행할 경우 2만여명의 고용 불안과 전국 126개 매장의 운영 중단 등 사회적 후폭풍이 예고된다는 점에서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회생법원 등은 비공식적으로 메리츠에 담보권 행사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메리츠 역시 실익이 없다는 판단 아래, 이달 회생계획 인가 전 M&A에 동의했다. 이는 고수익을 목표로 한 선순위·단독 투자가 오히려 회수 전략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귀결됐다는 평가다. 선순위 독점과 단독 베팅, 고수익 구조라는 조합은 투자 초기에는 확실한 우위처럼 보였지만, 회생이라는 돌발 변수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비재무적 리스크 앞에서는 무력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순위니까 안전하다는 사고가 회생이나 ESG경영 등 변수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이번 메리츠 사례는 투자 시점의 확신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등”이라고 말했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드러난 채권단 내 역학도 메리츠에 불리하다. 선순위라는 법적 지위와 실제 수익 사이의 괴리, 즉 ‘구조적 불균형’이 메리츠를 둘러싼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메리츠는 단독 대응이 아닌, 채권자협의회를 통해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추진 중인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와 관련해, 채권자협의회는 조건부 동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인수예정자 선정 절차에 대한 실질적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매각 평가위원회에 채권자 측 인사를 참여시키고, 입찰자 정보 및 매각 조건, 협상 경과 등 전 단계에 대한 정보 공유를 요구했다. 이는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최대 채권자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협상 테이블에서의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 일각에선 메리츠가 단순한 금리 인하를 넘어 담보권 실행 또는 직접 개발 권한 확보, 출자전환에 따른 개발 이익 분담까지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투자 리스크를 직시한 메리츠는 보험사·PEF와의 공동 투자 확대 및 리스크 분산 강화, 투자 심사 기준 강화, 충당금 적립률 상향, 자본건전성 확보 등 보수적 경영 기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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