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새정부 출범 후 잔뜩 움츠렸던 분양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다음 달 분양시장에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신규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26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만5856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중 일반분양은 2만4843가구에 이른다. 이는 올 들어 월간 기준 최대 공급량으로, 봄철 분양 성수기를 뛰어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미뤄졌던 사업 일정들이 빠르게 재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 지역의 일반분양이 1만419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부산 3882가구 ▲충북 2142가구 ▲경남 1971가구 ▲대전 1507가구 ▲충남 1238가구 ▲인천 1218가구 ▲대구 985가구 등이다. 서울에서도 263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분양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분양은 특정 지역 쏠림 현상 없이 전국적으로 공급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서울에선 대우건설과 두산건설이 함께하는 영등포구 1-1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 659가구를 공급한다. 이 중 175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성동구 성수동1가에 위치한 '오티에르 포레' 287가구 가운데 88가구를 일반에 공급할 예정이다.
지방에서도 대규모 분양이 이어진다. GS건설은 충남 아산 '아산 탕정자이 센트럴시티'(1238가구)와 경남 양산 '양산 자이 파크팰리체'(842가구)를, 포스코이앤씨는 대구 수성구 옛 MBC 부지에 '어나드 범어'(604가구)를 각각 분양한다. 대전에서는 KB부동산신탁이 분양하고 BS한양이 시공하는 '문화공원 수자인' 509가구가 청약 접수를 준비 중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오는 27일 하루에만 전국 11개 단지의 견본주택이 동시에 개관할 정도로 분양 일정이 집중돼 있다"며 "하반기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주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양 물량은 과거 수치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예컨대 3월 전국 분양 물량은 2만7418가구, 4월은 2만3730가구 수준이었다. 이번 7월 예정 물량은 그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로, 연중 최고치에 해당한다. 심지어 2024년 여름 성수기(7~8월, 약 4만1000가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청약 경쟁률도 뚜렷한 상승세다. 부동산인포 집계에 따르면 6월 전국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약 12.6대 1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초(1~5월 평균 4.9대 1)와 비교해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로, 공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일부 유망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자가 몰리고 있다"며 "입지와 브랜드에 따라 양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모든 지역에서 청약 열기가 높은 것은 아니다. 일부 지방 중소도시나 비규제 지역에서는 여전히 청약 미달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단지는 청약률이 50% 미만에 그치기도 했고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2만3722가구로 증가세다. 이는 201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에 따른 시장 안정 효과도 기대되지만 지역별 수요 편차와 미분양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분양시장이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청약자들이 준비 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수도권 대단지나 브랜드 아파트는 입지와 분양가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하고, 지방의 공급 과잉 우려 지역에서는 분양가 협상 가능성이나 향후 전세·매매 수요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당분간 분양시장은 대형 단지 중심으로 활기를 이어가겠지만, 지역별 수급 불균형은 계속될 수 있다"며 "공급량 확대가 반가운 소식이긴 하나, 청약 전략은 보다 세밀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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