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인생12] 거울은 결코 먼저 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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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인생12] 거울은 결코 먼저 웃지 않는다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06-26 04:54:01 신고

3줄요약

 미국, 영국, 독일의 대도시의 거대한 컨벤션 센터에서는 각종 박람회와 국제회의가 쉬지 않고 열립니다. 박람회나 국제회의에 참석했다가 카지노, 관광, 쇼핑 등을 즐기다 보니 MICE(전시박람회 관광휴가산업)산업은 자동차나 어떤 수출품보다 경제효과가 큽니다. 싱가폴의 총리 리콴유도 자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카지노, 유니버설 스튜디오, 리조트를 꼽을 정도니까요. 이번 달에 국제컨벤션센터(ICCA)2024년 국가·도시별 개최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압도적 우위로 20년째 자리를 지키며 독주체제를 굳혔습니다.

전 세계 도시 중 가장 많이 직접 경제효과를 본 도시들(아래 표참조)은 바르셀로나, 런던, 싱가포르, 마드리드, , 밀라노 등입니다. 이들을 보면 국제기구나 학·협회가 많은 데다 매력이 넘치는 도시들입니다. ICCA는 보고서에서 국제회의 개최로 인한 직접 효과는 전체 경제효과의 15~20%에 불과하다직접적인 효과 외에 전체 효과의 80% 비중을 차지하는 인프라 확충, 도시 브랜드 제고 등의 간접 효과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래 전 제가 아틀란틱 시티에 가게 된 것도 순전히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박람회를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동양인 특히 한국인이 오면 필수코스로 필라델피아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동부지역 최대의 카지노시티인 아틀란틱 시티를 방문한다더군요. 아마도 1980, 90년대에 동부지역에 있는 미국교포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을 미끼삼아 카지노 측에서 저녁에 한국가수를 불렀기 때문입니다. 대서양에 위치한 이곳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운 유명한 카지노가 있어 수천개의 슬롯머신 앞에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깁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전환을 위해 카지노를 한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로지 도박이 삶의 중심이 되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병적인 도박자가 문제지요.

주관식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화려한 조명과 밝은 인테리어를 갖춘 카지노에 없는 3가지는 무엇일까요? 많이 알려진 문제로 거울과 창문 그리고 시계입니다. 3가지는 카지노의 목표인 '쉬지 말고 게임하라. 항상 게임하라'는 모토에 어긋나는 것들입니다.

최근에 방문한 죄악의 도시(sin city) 도박 타운, 마카오. 치안이 불안하고 거리는 범죄로 들끓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거리는 깨끗하고 안전했습니다. 호텔, 쇼핑몰 등 최상급이 즐비하고, 마카오는 그 어느 도시보다 깨끗하고 화려합니다. 유혹은 그 화려한 건물의 내부에 있었던 것입니다. 베네시안 카지노에는 위에서 말한 세가지가 없었습니다. 자신과 세상과 변화를 알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입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이 몇 시인지 몰라야 게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창문을 통해 어둑해지는 바깥 풍경과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에게도 흔적을 남겨 게임을 방해합니다. 거울은 나의 실체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비춰 주는 이중적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의 초췌한 모습을 보면 후회나 회한이 밀려 옵니다. 거울은 초기에는 청동 등을 갈아서 만든 손바닥만한 것으로 얼굴만 비춰 주면 그만이었지요. 사회가 발전하면서 거울은 점점 커집니다. 몸치장을 중시한 것입니다. 사회적 지위와 부를 화려한 옷이나 보석으로 나타내려 하다 보니 상체를 비춰 주는 거울이 필요해 집니다. 이제 '몸 그 자체'가 경쟁력이다 보니, 남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중요해지자 전신거울의 등장은 필연이 됩니다.

거울에 대한 유명한 일화는 당나라를 번영으로 이끈 태종 이세민을 꼽습니다. 직간을 하기로 유명한 위징은 중국역사에서 가장 높은 명예를 누렸는데, 그가 죽자 당태종은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복을 단정하게 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천하의 흥망의 원인을 알아 경계할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기의 득실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 나는 일찍이 이 세 종류의 거울을 구비해 나 자신이 어떤 허물을 범하게 되는 것을 방지했다. 위징이 떠났으니 나는 거울 하나를 잃은 것이다."라고 애도를 표하고 통곡했습니다.

시계와 거울과 창문 -이 세 가지는 우리의 현재 상황을 물어 보고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도구들입니다. 세상의 대부분 유혹적인 것들은 이 세 가지를 우리에게서 앗아가려 합니다. 마키아벨리는 '천국에 가는 가장 유효한 방법은 지옥으로 가는 길을 숙지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에게서 거울과 창문과 시계를 앗아 가는 것이라면 그것은 지옥으로 가는 길일 듯 합니다. 세 가지의 가치를 새삼 느끼다 보니 그들이 제게 말을 걸어 옵니다.

'내 인생의 시간은 지금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가?'

이것은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입니다. '힘에 부친다고 인상을 찌푸리면 상황이 더 나아지는가?' 인생의 시각을 생각해보느라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나 봅니다. 거울은 결코 먼저 웃지 않는군요. 내가 먼저 웃어야 거울도 웃습니다. 나의 시간과 거울과 창문을 소중히 여기고 나를 돌아보고 더 나은 곳에 이르기 위해 땀흘리고 노력해야겠습니다.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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