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간한 '2025년 1분기 가구의 가공식품 지출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올해 1분기 가공식품 분야 지출액은 26만3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3% 증가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식품비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0% 뛰었다.
월평균 가공식품 소비내역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빵·떡류 소비가 3만1700원으로 가장 컸다. 올해 1분기 기준 빵과 떡 가격은 각각 지난해 동기보다 4.8%와 3.0% 올랐다. 이어 소비가 많은 품목으로 △건강보조식품(2만9500원) △당류·과자류(2만8800원) △기타식품(2만7500원) △곡물가공품(2만1400원)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보다 지출액 증가율이 높은 품목으로 유지류(20.6%)가 꼽혔다. 유지류는 음식에 쓰이는 기름을 부르는 말이다. 이계임·정희주 KREI 연구원은 "유지류 지출 증가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환율이 급등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유지류 외에도 △채소가공품(7.7%) △커피·차(6.3%) △수산가공품(6.2%) △주스·기타음료(4.8%), 빵·떡류(4.2%) 등 지출액도 크게 늘었다.
전체 월평균 식품비 지출에서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가구당 월평균 식품비 지출액에서 가공식품 비중은 30.0%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0.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신선식품 지출 비중은 1.0%포인트 줄었다. 신선식품보다 가공식품 소비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식품비 지출(식료품·비주류음료, 주류, 외식비 포함)도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비 지출액은 가구당 월평균 87만7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펜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6년 새 27.7% 증가한 것이다.
가공식품 가격은 지난해 정국 혼란으로 발생한 국정 공백을 거치면서 급등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조사한 가공식품 74개 품목 가운데 지난해 11월보다 가격이 비싸진 품목은 53개였으며 가격 상승률이 5% 이상인 품목도 19개였다. △초콜릿(10.4%) △커피(8.2%) △빵(6.3%) △라면(4.7%) 등이 크게 올랐다. 기업들은 지난해 고환율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4일 '농식품 수급·유통구조 개혁 TF'를 구성하고 착수 회의를 진행했다. 농식품부는 이 자리에서 가공식품 유통과 관련 시장을 왜곡하거나 불합리한 관행이 있는지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공식품은 필수 소비 품목으로 사소한 가격 변동에도 소비자의 체감이 클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농산물과 달리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이 매번 일정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공식품 가격이 동시다발로 오르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그 이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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