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뛸 수 있는 팀 찾아 이적 요청” 그라운드가 고팠던 기성용, 결국 FC서울 떠난다… 포항 스틸러스 이적은 시간문제

서울의 상징적 미드필더 기성용이 포항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줄어든 출전시간으로 인해 김기동 감독과 갈등을 빚은 것이 포항과 이적 협상의 도화선이 됐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36)이 FC서울을 떠난다. 최근 이적설이 불거진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 확정도 시간문제다.

서울은 25일 “구단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영원한 캡틴 기성용과 인연을 잠시 멈춘다”며 “기성용은 서울 선수단 운영 계획에 자신의 기회가 없음을 확인했고, 구단에 경기를 더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 그리고 이를 구단이 수용했다”고 밝혔다.

기성용 측은 최근 포항 이적을 타진했다. 상황은 꽤 급박하게 진행됐다. 기성용의 에이전시 측은 24일 포항 구단과 접촉해 계약 조건을 논의했다. 포항 전력강화팀은 연락을 받은 뒤 이틀간 극비리에 협상을 진행했고, 계약의 큰 틀을 마련했다. 다음날 오전 기성용은 서울 구단 사무실을 찾아 이적과 관계 정리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고 서울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서울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이기에 기성용의 이적설은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2006년 서울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셀틱(스코틀랜드), 스완지시티, 선덜랜드, 뉴캐슬(이상 잉글랜드), 마요르카(스페인) 등 유럽 여러 팀을 거치며 굵직한 커리어를 쌓았다. 국가대표팀 주장으로도 오랫동안 활약하며 월드컵도 3차례(2010, 2014, 2018)나 출전했다. 2020년 서울로 복귀한 그는 많은 팬들에게 서울에서 은퇴할 선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출전 시간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20경기에 그쳤고, 올해는 햄스트링을 다쳐 8경기만 뛰었다. 마지막 출전은 4월 12일 대전하나시티즌과 홈 경기(2-2 무)다. 이후 두 달 가까이 회복에 집중한 그는 6월 A매치 휴식기 중 팀 훈련에 복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김기동 감독은 기성용 대신 중앙미드필더 자리에 황도윤, 류재문, 최준 등 활동량을 기반으로 한 미드필더를 주로 기용했다. 더 많은 출전시간을 바란 기성용은 이적을 결심했다.

기성용이 서울을 떠나게 되자 4월 소셜미디어(SNS) 발언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몇 킬로미터를 뛰었는지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기술적 결과들도 중요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적기도 했다. 이는 팬들 사이에서 기성용과 김 감독의 의견 차이가 있다는 증거인 동시에 이적의 복선이 아니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팀의 상징적인 선수를 떠나보내게 된 서울 팬들은 분노를 터트렸다. 25일 경기도 구리에 위치한 서울 클럽하우스 앞에는 “한국축구 레전드의 헌신, 돌아온 건 헌신짝 취급”이라는 내용의 근조화환까지 등장했다.

백현기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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