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보다 ‘허가권’···공급 질서 재편, 삼성·SK하닉 반도체 구조 리스크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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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보다 ‘허가권’···공급 질서 재편, 삼성·SK하닉 반도체 구조 리스크 직면

이뉴스투데이 2025-06-25 15:02: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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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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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적용해 온 반도체 장비 수출 면제(VEU) 제도 철회를 공식화하고 있다. 기술력이 아닌 ‘허가’가 공급망을 결정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면제가 종료될 때 미국 정부의 개별 수출 허가 없이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 반입이 어려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에 중국 공장에 대한 장비 수출 면제를 더는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르면 10월부터 기존 포괄 면제 대신 장비·부품 단위로 미국 정부의 개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거부 추정’ 원칙이 적용될 때 승인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우시·다롄에서 D램과 낸드를 만들고 있다. 이들 공장은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이다. 면제가 철회되면 장비 업그레이드나 유지보수도 미국의 개별 허가 없이는 지연될 수 있다. 업계에선 기술을 갖추고도 실제 운용이 미국 행정 판단에 좌우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변화는 대중국 견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통제 강화로 해석된다. 미국은 수출관리규정(EAR)과 해외직접제품규정(FDPR)을 통해 자국 기술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장비나 소프트웨어가 쓰이면 제3국 생산물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기술을 보유한 기업보다 사용을 허가하는 국가가 결정권을 갖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2023년 10월부터, SK하이닉스는 그보다 앞서 1년간의 한시적 VEU를 통해 중국 공장에 미국산 장비를 반입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연장 불가 방침을 공식 전달하면서 건별 허가 체제로의 전환이 사실상 확정됐다.

애초 임시 조치였던 VEU가 폐지되면서 반도체 장비 반입에 대한 불확실성이 공식 제도화된 셈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투자나 생산 전략 수립이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장도 곧바로 반응하며 VEU 제도 폐지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반도체 장비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케이엘에이(KLA)는 3.8%, 램리서치 4.7%,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3.8%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0.8% 떨어졌다. 정책 변화 하나로 공급망 가치가 흔들릴 수 있음을 반영한 셈이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한국뿐 아니라 대만 등 동맹국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규제 범위가 확장되면서 특정 국가 기업이 아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산업이 이러한 통제 구조에 대응할 자체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데 있다. 중국 내 생산 의존도와 미국산 장비 비중이 모두 높아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로 되어 있다.

한국이 포괄 면제 기반 외교적 접근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일본은 장비 국산화와 유럽 기술 제휴 등을 통해 공급망 대응력을 키워왔다. 일본은 정부 차원의 장비 자립 투자와 공급망 법제화를 병행하며 정책 연속성을 확보해 온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은 이에 비해 외교 유연성에 방점을 둔 전략을 중심으로 대응해 온 흐름이다.

이제는 전략을 넘어 공급망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 외 지역 생산기지 분산 △비미국계 장비 조달 △장비·소재 국산화 △FDPR 회피 가능한 기술 설계 등 산업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외교 이슈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체를 다시 짜라는 신호”라며 “장비 수급 불확실성 대응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통제 밖에서도 기술을 운용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승인 없이도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산업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향후 성패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BIS나 FDPR은 더 이상 임시 제재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의 기본 질서가 되고 있다”며 “기술력만으로는 주도권을 지킬 수 없고, 면제가 필요 없는 구조 자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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