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뉴스] 지난 5월 한 방송에 출연해 외국인 골키퍼 도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까지 봐온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능력으로는 선수들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흥행에만 초점을 맞춰 제도를 만들 것이 거의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6년부터 외국인 골키퍼 등록 허용을 결정했고, 당장 내년부터 K리그는 골대 앞에 어떤 국적의 선수가 서 있든 상관없게 됐다.
필자는 골키퍼 외국인 등록 제도에 대해 개방론자다. 어느 사회, 어느 분야에서든 시장 미개방의 결과는 항상 가혹했다. 외국인 골키퍼를 적극 환영하고 찬성한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 완충 장치 없는 개방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전문가와 현장 지도자가 크게 찬성했다고 들었는데, 정작 이 제도를 피부로 가장 절실하게 느낄 선수들이 이 논의에서 제외되어 있다.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외국인 골키퍼 등록 제도 재도입 무지성으로 시행할 만큼 급했던 사안이었는지도 궁금하다. 27년 전 일명 골키퍼 쇄국 정책을 시행할 때도 단계적으로 외국인 골키퍼는 시즌 2/3 소화, 이듬해 1/2, 그리고 전면 등록 금지 절차를 밟았다. 어떻게 문을 걸어 잠그는 결정보다 여는 것을 더 가볍게 선택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현재 K리그가 시장을 막 개방할 만큼 우리 국내 유소년 골키퍼들의 교육이 체계적인가. 또 그 선수들을 가르치는 국내 코치들 수준은 어떠한가. 수준은 막론하고 유소년에 제대로 된 골키퍼 코치를 둔 팀이 몇 팀인지는 알고 있는가. 갑자기 쏟아지는 외국인 GK로 인해 겪을 국내 선수, 특히 후보 선수들의 거취에 대해 방안은 있는가.
외국인 골키퍼 등록 제도 재도입이 당장 K리그 흥행에 도움이 될 가능성 상당히 크다는 것은 알고 있다. 팀들은 앞다투어 외국인 골키퍼를 영입할 것이고, 팬들도 반길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정책이고 앞으로 그렇게 되어야 한다.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흥행의 근거가 평생을 그라운드에 몸 바친 선수들의 피와 눈물로 기반된 것이라면 강력하게 반대한다.
그리고 강력하게 요구한다. 2026시즌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남아 남았다. 혼란을 막고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현실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골키퍼 쇄국 정책의 혜택을 누려온 선배들께 한마디하고 싶다.
“침묵은 방관입니다. 후배들이 최소한 공정한 출발선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걸 준비가 되어 있다.”
■필자 = 임민혁(31) ▲포항제철공고 졸업 ▲고려대 체육교육과 ▲2017~2023 K리그 ▲2025 프로스포츠협회 부정행위 방지교육 강사
*이 기사는 <특별기고> 필자 주장이며, 본지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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