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제유가가 중동 정세 안정화 조짐에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격적인 휴전 합의로 지정학적 불안 요소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유가는 전쟁 발발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유화적인 발언이 더해지며 유가 하락 압력을 가중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8월물은 전장 대비 4.34달러(6.1%) 급락한 배럴당 67.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7.2%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6% 이상의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도 전장보다 4.14달러(6.0%) 내린 배럴당 64.37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각각 브렌트유가 지난 10일, WTI가 지난 5일 이후 최저치다.
불과 열흘 전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요 핵시설과 군사 기지를 공습하며 중동 전역이 긴장감에 휩싸였던 상황과 비교하면, 현재 유가는 전쟁 발발 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귀한 셈이다.
국제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유가 급락의 배경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월가에서는 그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크게 우려해왔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30%가량이 통과하는 이 해협은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핵심 지점으로 평가된다.
타마스 바르가 PVM오일어소시에이츠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의 첫 공습 이후 시장에 반영됐던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유가는 공급과 수요의 실물 요인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이란산 원유' 관련 발언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중국은 이제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계속 구매할 수 있다. 바라건대 중국은 미국에서도 더 많이 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시장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란산 원유 수출이 다시 본격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며, 공급 확대 기대감이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이란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전체 수출량의 약 80~90%를 차지한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산 원유 및 화학제품 구매자를 '2차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발언은 시장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유가의 방향성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전략과 미국 내 셰일 업체들의 생산 반응에 달려 있다고 본다. OPEC+는 현재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요 회복 속도나 지정학적 리스크 변화에 따라 입장을 재조정할 수 있다.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원유 재고는 4주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고 있음을 시사하며, 유가 하방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배럴당 60~70달러 선에서 유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면서도,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정해질 경우 '롤러코스터 장세'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사태는 지정학적 요인이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 번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외교적 리스크 관리와 공급선 다변화 등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정유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당분간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향후 중동 내부의 정치적 변수에 따라 급변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국가 차원의 중장기 에너지 안보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