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 후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을 성사시키며 최고조에 이르렀던 중동 긴장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양국이 휴전에 합의한 이후에도 교전을 이어가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내며 휴전을 관철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히면서 외교가에서는 다음 순서는 '북한 핵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국무부도 24일(이하 현지시간) 북한 비핵화에 전념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한반도 외교 지형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모델보다는 대화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이란, 휴전 합의 후에도 교전…트럼프, 이스라엘 제동
트럼프 "이란 핵시설 재건 않을 것"…이란 제재 해제 가능성 시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간 진행해온 무력충돌과 관련해 양국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이스라일이 대응 공격에 나서자 이에 강력하게 공개 경고를 하며 휴전을 관철시키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불만을 표하면서도 휴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도 "휴전은 이제 발효됐다. 위반하지 마라"라고 썼고, 이후 이스라엘을 향해 "폭탄을 (이란에) 떨어뜨리지 말라. 당신들이 그렇게 하면 중대한 위반이다"고 썼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이란 공격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상대방이 휴전을 존중하는 한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도 같은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휴전 조건을 준수하는 한, 이란도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휴전 합의를 위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SNS에 "이란은 결코 그들의 핵시설을 재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이란의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지금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계속 살 수 있게 됐다"며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 가능성도 시사했다.
AFP통신은 "이란의 원유 거래를 억누르기 위해 미국이 이전에 부과했던 대이란제재를 완화하는 것으로 보이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이란의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CNN은 24일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에 따르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는 파괴되지 않았으며 핵 프로그램을 수개월 퇴보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CNN이 보도한 DIA의 초기 평가가 "전적으로 틀린 것"이라는 입장을 성명을 통해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북한 핵협상 나설까…美국무부 "北비핵화 전념할 것"
조셉 윤 "트럼프, 북미대화 재개 원해…최종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
이란 핵문제를 해결한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은 이제 북한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서 북한이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난 다른 나라들이 무엇을 생각하거나, 해야 할지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은 자기들의 핵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영변에 5MWe급 원자로를 비롯한 다양한 핵원료 제조 시설을 갖추고 있고, 평양 인근의 강선 단지에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공격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 핵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은 북한 핵시설에 대해 '외과수술식 정밀타격'을 검토했지만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이란과 달리 북한은 이미 약 5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탄도미사일이나 장사정포 등 북한의 재래식 무기를 무력화 할 수는 없다.
즉,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경우 한반도는 물론 일본, 괌 등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가 북한의 즉각적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차이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며 군사동맹 수준의 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의 개입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브로맨스'를 강조하고 있는 데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선제 타격에 동의할 가능성도 극히 낮다.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2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한미 외교관계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북미대화 재개를 원한다"고 말했다.
윤 대사대리는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을 개발했지만,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도 받았는데 폭격당했다는 지적에 대해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절대로 북한을 합법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대화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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