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이 재생에너지 확보 한계로 인해 탄소중립 및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기후솔루션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GESI)는 25일 공동 발간 보고서 '한국 반도체 산업,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실현을 위한 정책 제언'을 통해 "현행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오는 2032년부터 공급을 초과하고, 2038년에는 공급 부족률이 2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른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공급 시나리오를 BAU(현행 유지)와 Net-Zero(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현행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치(21.6%)가 유지될 경우 반도체 산업의 RE100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자발적 이니셔티브 참여 기업 외에도,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공공부문, 데이터센터 등의 수요까지 반영하면 공급 부족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현재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고 있는 녹색프리미엄 중심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2038년 기준 반도체 산업의 간접 배출량은 약 1294만 톤 CO₂eq로, 2023년 대비 오히려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PPA(전력구매계약)를 중심으로 한 조달 전략을 취할 경우 약 24.2%의 간접배출 감축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GESI 김보람 부연구위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단순한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이 아니라, 제도적·구조적 장벽에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제도 미비, 조달 비용 부담, 입지 규제, 계통 유연성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에 대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최소 30% 이상으로 상향하고, 연 10GW 이상 설비가 전력망에 연계될 수 있도록 규제 개선과 계통 정비 등 정책적 기반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반도체 기업들에는 PPA, 자가발전 등 추가성이 높은 실효적 조달 수단을 확보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전략 수립을 주문했다.
주다윤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제도 개선은 정부의 리더십이 관건이지만,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국내 RE100의 중요성을 분명히 하고, 정부에 신속한 정책 대응을 요구함은 물론, 프로젝트 지분 투자나 PPA 체결 등 실질적인 확대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RE100 가입을 선언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국내 사업장에서의 실질적 이행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면 글로벌 기업인 인텔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률 99%를 달성했으며, PPA·녹색요금제·REC·자가발전을 균형 있게 활용하고 있다. 대만 TSMC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풍력 PPA 계약과 공동 구매 전략을 추진 중이다.
보고서는 “반도체는 국가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자 전력 기반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산업”이라며, “재생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후 대응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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