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지역 의료계 오랜 숙원인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 용역 결과 제주를 서울 진료권역에서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주는 '서울 진료권역'에 묶여 있어 도내 의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려면 같은 권역에 속한 서울대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들과 경쟁을 펼쳐야 해 사실상 지정 가능성이 없었지만, 앞으로 제주가 독립된 권역으로 분리되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25일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 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체계 개선 연구'에서 용역진은 현재 11개인 진료권역을 14개로 확대 개편하고 제주는 서울 진료권역에서 분리할 것을 제안했다. 용역진은 "제주는 최소 인구 수를 만족하기 때문에 독립된 진료권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진료권역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때 필요한 이른바 의료기관별 평가 그룹을 말한다.
정부는 3년마다 전국 17개 시도를 11~12개 진료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별로 치료 실적과 의료 인프라가 우수한 의료기관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문제는 제주가 '서울권'에 묶여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현대아산병원 등 이른바 빅3 의료기관을 포함해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수도권 대형병원들과 경쟁하는 구조이다보니 지정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로 제주도는 진료권역 조정을 정부에 수차례 건의하고, 제주 국회의원 3명은 전국 각 시도별로 최소 1곳씩 상종병원을 지정하거나 현행 요건을 완화하는 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 제주 지정을 공약한 윤석열 전 정부에서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 않았다.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가 있었던 지난 2023년 말에도 제주는 여전히 서울 권역에 묶여 당시 첫 도전장을 내밀었던 제주대병원은 서울 대형병원과의 경쟁에서 밀려 최종 탈락했다.
의료권역은 '고시'로 결정되기 때문에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직권으로 제주를 서울권이 아닌 별도 권역으로 분리할 수 있다.
진료권역 분리 움직임은 5기 지정이 끝나고 나서야 가시화했다.
2023년 12월29일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제도를 재검토 용역을 벌여 진료 권역을 재설정 하는 등 현실에 부합한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역 결과 제주를 독립된 진료권역으로 분리해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용역 결과가 반드시 제주만의 독립된 진료권역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제주 의료계의 또다른 숙원인 감염병전문병원도 이미 지난 2015년 정부 용역에서 제주에 설립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났지만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답보상태다.
따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제주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공약한 이재명 정부의 의지에 따라 진료 권역 분리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권역 분리와 별도로 상종병원 지정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점도 변수다. 4기 평가 때 적용된 기준에 따르더라도 상종병원은 중증환자 진료 비중을 34% 이상으로 유지해야하는데, 정부는 전공의 파업을 계기로 이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선 중증환자 비중 하한선을 50%까지 올린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 2023년 제주대병원이 상종병원에 도전할 당시 중증환자 비중 지정 기준을 겨우 충족한 것으로 알려져 이 기준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리느냐가 관건이다.
김한규 의원은 "정부 연구용역을 통해 진료권역 분리의 타당성이 입증된 만큼, 보건복지부와 긴밀히 협의하며 제주가 독립된 진료권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상급종합병원은 암 환자 등 중증질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3차 의료기관을 말한다. 지역 의료 전달 체계는 동네의원급인 1차 병원과 일반 종합병원급인 2차 병원, 중증질환자를 전담하는 300병상 이상의 3차 병원 등 각 단계별 의료기관이 제역할을 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나 제주에는 1·2차 병원만 있고 3차가 없어 도내 의료수요를 지역 내에서 모두 해결하지 못한다. 전국 17개 시도 중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곳은 제주를 포함해 3곳에 불과하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Copyright ⓒ 한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