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핵심 키워드는 ▲한일 경제연합 ▲500만 해외 인재 유치 ▲소프트머니 기반 경제 전환 ▲규제 유예 특구 '메가샌드박스' 등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주도해온 이 제언은 기존의 저성장, 인구절벽, 산업정체의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면적 경제 대전환'의 청사진으로, 상의는 이를 담은 책자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을 정부, 대통령실, 국회에 정식 전달했다.
25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 책자는 국내외 경제·정책 전문가 13명이 참여한 공동 연구 결과물로, 현재의 경제 구조로는 대한민국이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한일 경제연합' 구상이다. 상의는 일본과의 전략적 경제 연대를 통해 세계 4위 수준인 6조달러 규모의 초국가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일 양국은 모두 고령화와 인구감소,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 등 유사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연합을 통해 상호 보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2·3위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공동 구매를 추진할 경우 에너지 가격 협상력 강화와 공급 안정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논리도 제시됐다.
"경제동맹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는 표현까지 담긴 이번 제언은,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동아시아 내부의 경제 통합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500만 해외 인재 유치'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고학력 청년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의 해법이자, 국내 소규모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인구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납세자 기반 확대, 주거·소비 등 다양한 경제적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
대한상의는 이를 위해 '대형 반도체 공장 유치→고숙련 외국인 노동자 대거 유입'이라는 구조적 '큰 삽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수출 제조업 중심의 '상품수지 기반 성장모델'의 유효성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의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소프트머니(Soft Money) 전략'을 제안했다.
여기서 말하는 소프트머니란 본원소득(해외투자 수익, 서비스 수출 등)을 중심으로 한 돈 버는 방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K-컬처, K-푸드, K-의료 등을 산업화해 세계 시장에 수출하고, 동시에 전략적 해외 투자로 투자 소득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상의는 이를 통해 "관세 장벽을 피하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실행 장치로는 '메가샌드박스' 모델이 제안됐다. 기존의 규제샌드박스가 특정 기술이나 기업에 한정된 것과 달리, 지역 단위로 광역 규제를 유예하고 새로운 산업 조합을 실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는 청정에너지, 충청북도는 바이오산업, 대구는 의료기기 산업 등 각 지역의 비교우위를 활용해 독립적 규제 완화 구역을 구성하자는 구상이다.
이러한 메가샌드박스는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할 수 있는 실험장이자,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전략적 공간으로 평가된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제언서 서문에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로운 성장 원천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며 "글로벌 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항구적인 변화에 실패했고, 성장 제로의 위기 앞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처럼 혼자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며 "글로벌 파트너와 손잡고 고비용 구조를 줄일 수 있는 실행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언서는 국정기획위원회의 국민소통플랫폼에도 공식 제안되었으며,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 정책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번 제언이 단발성 정책 아이디어가 아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경제 전략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질서를 선도할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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