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전 세계 항공 및 해운 산업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의 상호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항공사들이 걸프 지역 항공편을 잇달아 취소하거나 우회하면서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에 대규모 차질이 발생했다.
6월 23일(현지시간) 저녁 7시 45분, 이란이 카타르에 주둔한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기 직전, 카타르는 대부분의 항공편 운항을 긴급 중단했다. 에티하드항공, 에미레이트항공, 플라이두바이(FlyDubai) 등은 예정된 항로를 피하도록 수십 편의 항공편 경로를 변경했다. 바레인과 쿠웨이트 등 인근 걸프국가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카타르 수도 도하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세계적인 항공 운송 허브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 지점이다. 그러나 두 도시는 지리적으로 이란 및 호르무즈 해협과 인접해 있어 현재의 군사적 충돌 속에서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항공 컨설팅 기업 시리움(Cirium)의 데이터에 따르면, 원래 걸프 지역으로 향하던 다수의 항공편이 경로를 변경해 이집트 카이로, 인도, 벨기에 등 다른 국가의 공항으로 향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런던과 취리히에서 출발해 두바이 및 도하로 가던 항공편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터키항공, 싱가포르항공, 영국항공 등 주요 국제 항공사들이 걸프 지역 노선 운항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은 승객들에게 6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 두바이 왕복 항공편의 영향 가능성을 안내하고, 조건에 따라 무료 변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나이티드는 8월 1일까지 이스라엘 텔아비브행 항공편에도 동일한 유연한 정책을 적용하며, 승객들에게 유럽 주요 도시행 대체편으로 재예약을 허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6월 13일부터 이란에 대한 새로운 군사 공격을 개시했으며, 미국 또한 지난 주말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해 이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블룸버그는 해당 해역의 항로 제한이 전 세계 항공 흐름에 미칠 파장이 막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해운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험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위험 증가로 인해 중국 동해만으로 향하는 해상 운송 화물에 대한 전쟁 보험료가 일주일 만에 0.2%에서 0.3%로 급등했다.
중동 정세의 불안은 유조선 운임에도 반영되고 있다. 선주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한 추가 위험 부담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조선의 페르시아만 진입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런던 발트해 거래소에 따르면, 중동에서 중국으로 200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하는 초대형 유조선(VLCC)의 항로 운임이 12% 급등하면서 일일 임대료가 7만 6천 달러(약 9만 7천 싱가포르 달러)에 도달, 2023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에서 촉발된 군사적 충돌이 항공과 해운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사회의 긴급한 중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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