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임준혁 기자]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 중이던 '용인물류터미널 조성사업'을 둘러싼 용인특례시와 사업시행자 간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사업자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4행정부는 최근 사업자인 ㈜용인물류터미널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낸 '사업기간 연장신청 거부처분 취소 및 부관무효 확인청구' 소송에서 "(용인시의) 사업기간 연장 거부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하라"고 1심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용인물류터미널이 함께 주장한 실시협약 체결 조건(부관)의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했다.
용인물류터미널 조성사업은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일대에 연면적 30만㎡ 규모의 대규모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민간투자 사업이다. 주요 부대시설로 화물취급장, 배송센터, 관리동, 주유소, 정비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은 지난 1993년 총사업비 1992억원 규모로 착수됐으나 여러 차례 부지 소유자가 바뀌다가 2016년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설립된 용인물류터미널로 사업자가 변경됐다.
핵심 쟁점은 용인시가 2022년 승인 조건으로 부과한 '2023년 12월 31일까지 실시협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사업기간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실제 용인물류터미널은 같은 해까지 협약 체결에 실패했고 시는 연장 신청을 거부했다.
용인물류터미널은 "실시협약 체결 자체가 법적으로 강제되는 조항이 없고 정부 재정지원 없이 민간사업자가 전적으로 위험을 부담하는 BOO(Build-Own-Operate) 방식 특성상 필요도 없다"며 조건 자체의 무효와 거부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실시협약 체결 조건의 경우 “옛 민자유치촉진법과 그 후속 법령인 옛 민간투자법에 따라 적용될 수 있는 근거가 있으며 BOO 사업이라도 공공성 확보는 필요하다”며 “실시협약 체결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해 용인물류터미널의 무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사업기간 연장 신청 거부 처분에 대해서는 용인시가 원인 제공을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실시협약 협상 과정에서 용인시 측이 ‘수익률 초과분(부의 재정지원금) 환수’ 조항을 추가로 요구했고 이는 사업 방식이나 기존 협의 내용에 비춰 볼 때 원고의 기대와 예측을 벗어난 부당한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용인시는 뚜렷한 근거 없이 새로운 조건을 내세우고 이에 응하지 못한 사정을 들어 사업기간 연장 신청을 거부했다”며 “이는 신뢰보호 원칙에 반하며 행정청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에 용인물류터미널 관계자는 “사업 초기부터 법령과 행정절차를 충실히 이행해 왔고 공공기여 방안도 충분히 제시해 왔다”며 “이번 판결은 그동안의 정당한 노력이 법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 사업자가 모든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BOO 방식 사업에 대해 지자체가 계약 체결을 방해한 책임을 민간에 전가한 행정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민간투자 사업에 대한 행정 신뢰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용인시는 용인물류터미널이 제기한 실시협약 체결 조건(부관) 무효 확인 소송 1심 결과 시가 일부 승소하며 시의 사업승인 조건이 정당함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용인시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은 시가 요구한 실시협약이 위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용인물류터미널에 대한 가혹한 행정행위는 없었으며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시협약 결렬의 주된 원인과 관련 법원의 뜻을 존중하지만 일부 쟁점은 양측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항소심을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투자 사업 중 BOO 방식은 민간 기업(사업 시행자)이 SOC와 같은 공공시설을 짓고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구조다. 시설의 소유권이 공공기관에 이전되지 않기 때문에 사업 시행자가 계속해서 소유하고 운영하게 된다.
BOO 사업은 공공 재정 부담 경감과 운영 효율성 제고, 서비스 질 향상, 장기적 관리 책임 등 장점도 있지만 복잡한 계약 구조와 책임 분담의 어려움, 민간의 과도한 이익 추구, 공공 투명성 문제 등 부작용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이번 판결은 물류 인프라 투자의 ‘룰 세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라며 “지자체가 즉흥적 요구를 거두고 예측 가능한 제도를 갖춰야 민간 자본도 적극적으로 스며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의 유사 사업에 대한 ‘횡재세’식 요구를 사전에 차단할 가이드라인 마련도 논의되고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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