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847만 명에 달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1인 비임금근로자’들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용계약 없이 일하는 이들은 최근 노동시장의 주요 축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지만, 정작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권 밖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4일 발표한 ‘1인 비임금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 제고를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대체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을 꺼리는 경향이 강했다. 주된 이유는 불안정한 소득 구조와 보험료 전액 부담이라는 경제적 현실, 그리고 제도에 대한 깊은 불신이 겹쳐지면서다.
일반 근로자가 회사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전액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며, 소득이 들쭉날쭉한 상황에서 매달 고정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압박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기금이 고갈될 것이다”, “연금을 제때 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회적 불신이 확산되며, 가입을 꺼리는 분위기는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제도를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법적으로 의무가입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관의 소극적인 행정과 안내 부족으로 인해 “안 내도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국민연금 가입 회피 현상이 단순한 개인의 판단을 넘어서 구조적·제도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 등 징수기관이 건강보험과 달리 연금보험료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납부를 독려하지 않으면서, 관리 사각지대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되는 ‘사업장가입자 전환’에 대해서는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의견 차가 뚜렷하게 갈렸다. 1인 비임금근로자들은 보험료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환영하는 입장이었지만, 플랫폼 기업과 일부 사업주는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회보험 분담 책임을 거부하거나, 부담 전가를 우려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인 대증 요법이 아닌 제도 전반의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규칙한 소득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보험료 납부 체계 마련,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 확대, ▲플랫폼 기업의 사회보험 책임 법제화 등의 제언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국민연금 지급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점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기금 운용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내가 낸 돈은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국민연금 제도는 여전히 기존 틀에 머물러 있다. 보고서는 847만 명에 이르는 1인 비임금근로자들을 이대로 제도 밖에 두는 것은 머지않아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보다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도 설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knewscorp.co.kr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