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미국의 수입차 25% 고율 관세 시행 여파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미국 수출이 지난 5월 21.5% 급감하며 국내 자동차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완성차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5월 미국 수출 물량은 총 7만7,89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9,172대에 비해 21.5% 줄었다. 특히 현대차는 4만2,574대로 31.4% 감소했고, 기아도 3만5,318대로 4.8% 소폭 줄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수입차 관세가 지난 4월 3일부터 본격 적용된 영향으로, 현대차그룹이 관세 적용 전 현지 재고 소진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4월 초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내 재고 일수는 각각 94일과 62일에 달했다. 현지 재고를 먼저 소진해 수입 시점의 관세 부담을 줄이는 전략이다.
이 같은 대미 수출 감소는 곧바로 국내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5월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량은 총 29만1,649대로 지난해 같은 달 30만6,994대에 비해 5.0% 감소했다. 현대차는 15만7,314대로 6.0% 줄었고, 기아는 13만4,335대로 3.8% 감소했다. 이 결과 전체 국내 자동차 총생산은 35만8,969대로 전년 대비 3.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AMA 관계자는 "5월 국내 생산 감소는 수출 부진, 특히 미국 수출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며 "연초에 계획한 올해 대미 수출 목표 270만대에서 265만대로 하향 조정하는 등 관세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높은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 조업일수 차이 등도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중견 3사인 한국GM,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는 북미 수요 강세와 내수 회복세 등에 힘입어 생산이 오히려 늘었다. 한국GM은 5월 생산량이 4만9,594대로 0.4% 증가했다. 이들 업체의 선전은 국내 완성차 업계의 전반적인 역성장 폭을 일부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완성차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단기적으로 수출 감소를 불러오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기반 약화, 부품업계의 경영 악화,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413만대를 기록하며 세계 생산 순위가 6위에서 7위로 떨어지는 등 이미 위기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산업연구원 등은 해외 생산 확대와 투자 가속화에 따른 '국내 생산 공동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신시장 개척과 수출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 안정과 생산기지 유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수출 감소는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전기차·친환경차 전환 등 복합적인 환경 변화와 맞물리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겼다. 특히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는 수출국 다변화 노력과 현지 생산 확대 전략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민관이 힘을 모아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특히 수출 다변화와 함께 내수 시장 활성화, 친환경차 투자 확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현대차·기아의 미국 수출 급감과 국내 생산 감소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복합 위기의 신호탄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과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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