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에어버스와 보잉의 올해 첫 수주전이 싱겁게 막을 내렸다.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열린 ‘파리에어쇼 2025’에서 전 세계 항공업계의 이목이 양사의 수주 발표에 쏠렸지만, 에어버스의 일방적 수주 발표로 끝나버렸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에어쇼에서 에어버스는 수주 대박을 터트렸다. 첫날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공기 리스업체인 아비리스(AviLease)로부터 A320neo 30대와 A350F 화물기 10대 등 40대를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폴란드 LOT항공, 이집트항공, 대만 스타럭스항공 등 6개 항공사로부터 총 142대의 확정 주문을 수주했다.
이는 금액으로 약 21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28조7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만약 각 항공사가 옵션으로 계약한 대수까지 포함하면 최대 250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더해 중국과 미국 간 관세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최대 500대의 에어버스 항공기를 주문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정상들이 내달 중국-유럽연합(EU)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으로, 중국이 방문 일정에 맞춰 최대 500대의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 규모는 현재 중국의 항공업체들과 에어버스가 협의 중인 가운데 단일통로기와 이중통로기를 모두 포함해 최소 200대에서 최대 500대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수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만약 수주로 이어진다면 에어버스의 신규 수주량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버스가 이처럼 연이은 수주로 대박을 터트리는 동안 보잉은 전시회 기간 중 신규 수주 발표를 전면 중단했다. 파리 에어쇼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둔 지난 12일에 발생한 에어인디아 소속 보잉 787-8 여객기 추락 참사로 이번 에어쇼에서 활동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보잉 측은 “고객 지원과 사고 수습에 집중한다”는 입장만 밝히며 켈리 오트버그 최고경영자(CEO)와 테파니 포프 최고운영책임자(COO) 모두 전시회 참석을 취소했다. 파리 에어쇼가 단순한 항공산업 전시회를 넘어, 전 세계 항공기 제작사들의 글로벌 시장 판도와 미래 전략을 가늠하는 무대임을 잘 아는 보잉으로서도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대신 보잉은 지난 5월에만 303대의 신규 주문을 수주하는 초대형급 실적을 거뒀다. 이는 보잉 수주 역사상 월 주문량 기준 6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카타르항공으로 보잉 787 130대, 777X 30대의 확정 주문과 장거리용 항공기 최대 50대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옵션 계약도 체결해 에어버스의 콧대를 한층 낮췄다.
에어버스의 이번 성과에 대해 항공전문가들은 보잉이 사고 이후 활동을 축소한 틈을 타 에어버스가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했다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에어버스가 보잉 787 추락 사고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면서 “향후 항공기 제작사 간 경쟁이 안전성과 신뢰, 공급망 안정화 등 비가격적 요소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항공 컨설팅업체 시리움(Cirium)은 이번 에어버스의 수주 성과를 크게 평가했다. 시리움 측은 “이번 에어버스의 수주를 보면 중·장거리용 A350과 단거리용 A320neo, 소형 A220 등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면서 “이는 에어버스가 단일 기종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시장 수요에 맞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엔진 공급과 공급망 문제에도 불구하고, 에어버스가 상대적으로 생산 리드타임이 짧은 광동체기 수주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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