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전자 가전 사업이 반복되는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과 AI 기술 확장을 내세웠음에도 수익 구조는 여전히 일회성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는 평가다. 판매량이 증가했으나 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기술 중심 전략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구조적 한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년 1분기 삼성전자 디지털가전(DA)·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14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2.1% 수준이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6조7000억원의 매출로 6446억원을 벌어들였다. 수익률은 9.6%. 매출 규모는 절반 수준이지만, 이익은 두 배를 웃돈다.
올해 1~5월 삼성전자의 AI 가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군의 판매가 확대됐지만, 같은 기간 가전 부문 영업이익률은 2.1%에 그치며 수익성 개선으로는 직결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기술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반복 가능한 수익 모델로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1분기 기준 LG전자는 구독형 가전 사업에서 약 50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3456억원) 대비 약 45% 증가한 수치다. 정수기·세탁기·스타일러 등 주요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케어 서비스 인력을 투입하고, 유지관리와 부품 교체 서비스를 포함한 장기 구독 모델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AI 기능 고도화와 프리미엄 제품 전략을 중심으로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매장 내 구독형 가전 시연존 운영 등 새로운 시도도 병행하고 있지만, 구독 모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다. 연내 서비스 전환 확대 추진을 계획하고 있으나 아직은 실질적 성과보다는 시범 운영 성격이 강하다.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국은 지난 23일부터 냉장고·세탁기 등 한국산 대형 가전에 철강 함유율을 기준으로 최대 50%의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 생산기지를 통해 대응에 나섰지만, 일부 철강 원자재는 여전히 한국에서 조달. 공급망 현지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율 관세는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며 생산 충격을 분산하고 있다. 세탁기·건조기 등 주요 품목의 현지 생산을 확대하며 관세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다. 동시에 구독형 가전의 매출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원가 변동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일정 부분 흡수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해외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AI 가전 구매 시 디지털 대출을 연계한 금융 모델 ‘Samsung Finance+’를 적용해 구매 접근성을 향상한다. 이 서비스는 중산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최소한의 서류와 간편한 승인 절차를 통해 구매 장벽을 낮추는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기술 역량에 강점이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기술의 진보 자체보다는 그것이 반복 가능한 수익 구조로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품 다양성은 확보했지만 수익 구조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기술은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사업 설계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면 LG전자는 중단한 스마트폰·로봇 사업 등에서 확보한 기술을 정수기나 물류 로봇 등에 재활용하고, 미국 테네시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며 생산 충격을 분산하고 있다. 세탁기·건조기 등 주요 품목의 현지 생산 확대와 구독형 가전의 매출 비중 확대를 통해 관세 위험과 원가 변동 충격을 흡수하며 구조적 방어력을 확보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도 전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기반 고부가 제품 확대와 함께 생산기지 다변화, 구독형 비즈니스 전환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매장 시연존 확대,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의 금융 연계 모델 도입 등 수익 구조 전환 시도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은 아직 시범 단계에 머물러 있어 수익성을 뒷받침할 체계로 정착하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기술 자체의 완성도와 성능에 집중하고 있다”며 “축적된 기술을 반복 수익 모델로 연결하는 구조화 작업은 더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독경제, B2B 확장, 데이터 기반 서비스 등 후속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약점은 기술 부재가 아니라 기술과 수익을 연결하는 구조의 부재”라며 “AI 가전도 반복 매출이 없으면 소비자에게는 기능만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LG전자는 실패를 재설계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도 기술을 방어하는 데 머무르고 있어 기능 이후의 전략을 구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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