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시영 기자] 소리를 듣지 못하는 세상,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수 없는 세상이다.
사람이 소리를 듣는 과정은 외이(귀 바깥), 중이(고막과 이소골), 내이(달팽이관)를 거친다. 외이는 공기 중 진동 형태의 음파를 모으고 중이강에 위치한 세 개의 작은 뼈를 말하는 이소골이 음파를 진폭시켜 달팽이관으로 이동시킨다.
달팽이관 내부 림프액이 진동하면 코르티 기관 속 유모세포가 전기신호를 생성한다. 전기신호가 청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면 뇌가 이 신호를 해석해 소리로 인식한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난청은 외이와 중이에 문제가 생기는 전음성 난청과 내이의 문제로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나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음성 난청은 외부 소리 진동을 키워주면 되기 때문에 보통 보청기를 착용한다. 경도나 중등도 감각신경성 난청은 어느 정도 보청 재활이 가능하지만 달팽이관의 유모세포 또는 청신경 이상으로 고도 난청이 생기면 아무리 큰 소리를 들려줘도 말소리로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
난청 교정을 위해 음파를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과정을 대신하는 장치가 인공와우다. 인공와우 장치 중 귀 바깥에 달린 어음처리기가 외부 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체내 임플란트로 전달한다. 임플란트는 신호를 전기자극으로 바꿔 달팽이관 속으로 전달하고 청신경은 이를 뇌로 보내 말소리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원리다.
인공와우 외에도 청력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청각 임플란트들이 있다. 중등도의 감각신경성 난청이나 보청기 착용이 불가능한 전도성 난청이 있을 때 이소골을 직접 자극해 보청기보다 좀 더 명료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듣게 해주는 인공중이, 외이나 중이에 이상이 있을 때 귀를 거치지 않고 두개골 뼈를 통해 달팽이관에 소리 자극을 전달하는 골전도 임플란트, 청신경 자체가 없거나 손상된 경우 임플란트를 뇌 안에 직접 넣는 청성뇌간이식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최초의 인공와우 수술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이뤄졌다. 지난 1988년 10월 11일 고 김희남 교수가 최초로 인공와우 수술에 성공했다. 당시 인공와우 장비 가격은 2만 달러에 육박했다. 이후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는 2013년, 2019년에 각각 1000례와 2000례를 달성했다.
고 이원상, 최재영 교수는 지난 200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청성뇌간이식을 시행했다. 청성뇌간이식은 뇌수술을 동반하는 만큼 시행 가능한 병원이 제한적인 고난도 수술로 꼽힌다.
지난 2011년에는 최재영 교수가 국내 최초로 인공중이 수술을 시작하며 보청기 착용에 어려움이 있는 난청 환자들에게 최적의 청각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에 달성한 3000례 중 인공와우, 인공중이, 골전도 임플란트, 청성뇌간이식은 각각 2376, 408, 190, 26건이었다. 국내 인공중이 시술 건수는 현재 약 1000건으로 세브란스병원은 이 중 40% 정도를 시행했다.
최재영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40년간 획기적인 기술 진보를 견인하며 난청이라는 장애를 극복했다"며 "난청 치료에 있어서 유전적 요인 분석, 종양과의 연계 치료, 약물과 수술의 병행 등 통합적 접근을 하는 것이 세브란스가 가진 강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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