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전시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공간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6월 1일과 8일, 이틀간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3D펜으로 만드는 나만의 수호천사’를 진행했다. 함께한 이들은 대부분 초등학생 아이들이었고, 한 명의 성인 참가자도 조용히 자리를 채워주었다.
나는 ‘몽다’, ‘거복이’, ‘다몽이’를 수호천사처럼 도안으로 옮겨 준비했고, 참가자들은 그 위를 따라 천천히 펜을 움직였다. 아이들은 낯선 도구 앞에서 잠시 멈칫했지만, 금세 집중하며 자신만의 색과 선으로 도안을 채워나갔다. 그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꼭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 손끝에서 느껴지는 마음이 있었다.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그려낸 천사들은 모두 다 다른 모습이었지만, 어딘지 닮아 있었다. 그건 어쩌면, ‘나를 지켜주는 존재’를 상상하며 만든 결과가 아닐까 생각했다. 보호받고 싶은 마음, 나를 믿어주는 무언가가 곁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그 안에 담겨 있었던 것 같다.
특별한 말을 주고받진 않았지만 아이들이 몰입하는 그 순간들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천천히 만든다’는 행위 자체가 위로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함께했던 성인 참가자도 말없이 자리에 앉아 천사를 완성하고는 조용히 미소를 남겼다. 그 눈빛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전시장 한켠에는 전시 기획팀에서 마련해주신 ‘꿈을 그려주세요’ 엽서 코너도 있었다. 엽서와 색연필만 놓여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그 앞에 앉아 무언가를 그리고, 쓰고, 색을 칠했다. ‘몽다’를 따라 그린 그림도 있었고, 이름 모를 날개 달린 존재, ‘거복이’를 옆에 두고 그려낸 평온한 장면들도 보였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 엽서들에는 각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전시가 끝났지만 함께한 이들이 만들어낸 수호천사들과 그날의 엽서들은 내 안에 조용히 남아 있다. 작지만 다정한 존재,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나만의 천사.
아이들이 그 순간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필요할 때, 그때 만든 수호천사가 마음 한켠에서 조용히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으로 다시, 천천히, 다음 그림을 그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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