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진로 부담에 함께 숨진 여고생 3명…“적극 개입·구조 변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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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진로 부담에 함께 숨진 여고생 3명…“적극 개입·구조 변화 절실”

투데이신문 2025-06-23 17:24: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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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부산 소재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2학년 여학생 3명이 함께 생을 마감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던 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이유로 청소년 자살률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이를 외면할 수 없다는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시 39분께 부산 해운대구 소재 한 아파트 화단에서 A예술고 2학년 여학생 3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에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대원이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해당 아파트 방범카메라 기록에는 세 사람이 지난 20일 오후 11시 42분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꼭대기 층인 20층에서 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3명 모두 이 아파트에 살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사망 전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측은 학교 폭력과 타살 흔적도 파악,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술이나 약물을 먹은 흔적도 없었다. 이들은 사건 전날인 지난 20일에도 정상 등교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부산교육청은 공동대책반을 구성해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자체 조사하는 데 이어 해당 학교를 대상으로 오는 25일부터 특별감사를 실시한다. 특별감사팀은 최근 해당 학교에서 제기된 다양한 학부모 민원 문제를 살펴볼 예정이다.

이 같은 비극이 잇따르자 더는 미봉책이 아닌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5 청소년 통계’를 살펴보면 2023년 청소년 사망자 수는 1867명이었는데, 사망 원인 1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었다.

청소년 인구 10만명당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인구는 2021년 11.7명에서 2022년 10.8명으로 감소했다가 2023년 다시 11.7명으로 올랐다. 2010년만 해도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안전사고였으나 2011년 이후 지속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중·고등학생 스트레스 인지율은 42.3%로 2023년(37.3%)에 비해 5.0%p 증가했다. 우울감 경험률은 27.7%로 2023년(26.0%) 대비 1.7%p 늘어났다.

청소년 중 고민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92.2%에 달했다. 이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공부’(32.7%), ‘직업’(26.1%), ‘외모’(12.0%) 순이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22년 전국 초·중·고 학생 5176명과 학부모 18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쟁교육고통 지표 설문조사에서도 청소년의 학업에 대한 고충이 여실히 드러났다. ‘학업이나 성적 때문에 불안하거나 우울한 적이 있는가’라는 문항에 전체 학생 중 47.3%가 ‘그렇다’고 답했다. 학업 성적으로 인해 자해 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까지 생각해 봤다는 응답도 25.9%나 됐다.

지난 4일 한 고등학교 학생이 시험을 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4일 한 고등학교 학생이 시험을 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초·중·고등학교에 연 1회 이상 자살예방교육을 의무화한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지난해 시행됐지만 사실상 연 1회 교육만으로는 현실적인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위기 청소년을 돕기 위해 교육부가 운영 중인 ‘위(Wee) 클래스’는 2023년 기준 4곳 중 1곳가량이 미설치 상태다. 상당수 학생들이 여전히 상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제도적 공백과 SNS 발전이 맞물리면서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다치게 한 뒤 인증을 올리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암시하는 콘텐츠를 주고받는 등 온라인 공간에서 심각한 심리적 위기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계는 교육현장의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학생들이 생을 포기하기까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교육당국과 우리 사회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청소년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처한 삶의 조건과 학교, 사회, 국가가 함께 만들어 낸 사회적 타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청소년들의 삶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교육이 과연 이들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되고 있는지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경쟁과 입시 위주의 교육, 감정과 고통을 나눌 시간이 사라진 학교, 성장의 기쁨이 아닌 성과와 평가 중심의 정책들 모두가 청소년의 삶을 옥죄고 있다.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등교사노동조합도 전날 성명을 통해 “결코 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고등학생 3명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진상은 밝혀져야 하고 교육현장의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노조는 △교육당국의 즉각적이고 투명한 진상조사 △학교 구성원에 대한 정서적 보호 및 회복 지원 △교육현장 내 구조적 문제의 근본적인 개혁 등을 촉구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이윤호 사무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 예방 시스템은 ‘도움을 요청해야만 도와주는’ 수동적인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부모는 자녀가 자살 고위험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거나 상담·치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학교 역시 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거나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데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는 자녀가 고위험군일 가능성을 부정하지 말고 심리치료와 상담 연계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학교 또한 단순한 생활지도를 넘어 학생들의 정서적 상태와 자살 징후 등 위험 신호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사무처장은 “영상 시청 등 형식적 교육에 그치지 않고 생명존중 교육을 실효성 있게 강화·확대하는 한편, 정신건강에 대한 낙인을 걷어내고 친구들 간에도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도울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청소년의 자살은 개인의 선택이나 일탈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조의 문제로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분석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90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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